"커피 사서 냉장고에 넣어 놨으니까 집에 오면 마셔. 엄만 수영하러 간다" "커피 사 올게요" "오늘 커피는 내가 살게" "어머니는 망고 스무디로 사 올까요?"
생각해 보면 아들과 나는 커피로 많이 이어져 있었던 것 같다. 녀석이 커피를 사 오기도 하고, 내가 사기도 하고, 집 근처 프랜차이즈점의 할인 날에는 안 마시면 왠지 손해 보는 것 같아 하루에 두 번도 들락거렸다. 커피를 좋아하는 녀석은 한여름 땡볕도 마다하지 않고 신 바람 나게 사 왔다. 선물 받은 스벅 쿠폰은 잘 쟁여 두었다가 주말마다 둘을 위해 써먹는 요긴한 양식거리(?)였다.
오늘이 10일이라는 것을 오후가 되어서야 알았다. 집에서 모닝커피를 내려 마셨는데도 일부러 커피를 사러 나갔다. 녀석과 마시던 그 익숙한 커피 향이 맡고 싶어서였다. 커피점으로 가는 길에 문득 생각했다. 녀석과 나 사이에 이것도 추억이었구나...... 늘 하던 일이라서 몰랐는데 내 안에 커피 찌꺼기처럼 진하게 쌓여 있었구나......
무심했던 녀석이라 달달한 기억은 없다. 그래서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이런 것 밖에 없다. 나갔다 돌아올 때마다 꼬박꼬박 커피를 사 오던 녀석, 무사히 퇴근하고 돌아와 인사하던 녀석, 차려준 밥을 맛있게 먹던 녀석, "넵" 하고 짧은 답을 보내던 녀석, 무거운 쓰레기봉투를 너끈하게 들어주던 녀석, 열리지 않는 병뚜껑을 단번에 "뿅" 하고 열어주던 녀석, 고양이 발톱을 깎아 주던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