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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때 적절하게 내밀어 주는 손은 잊을 수 없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함에서 비롯되는 진짜 배려가 그립다.

그림동화책#친구#배려#포용#우정#심리#상담

  나와 남편은 정말 다르다. 닮은 구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것을 찾는 것이 훨씬 쉽고 빠르다. 나는 성격이 급하여서 콩을 볶거나 죽을 끓이거나 하는 일을 힘들어하지만 남편은 느긋하여 이런 일을 어렵지 않게 해낸다. 나는 운전을 할 때 길이 잘못 들면 '다시 돌아가면 되지 뭐.' 하고 쉽게 생각하고 다시 길을 찾아가지만 길치인 남편은 길을 잘못 들면 짜증을 내면서 초긴장 상태가 된다. 나는 평지를 걷는 산책을 즐겨서 둘레길을 즐겨 걷곤 하지만 남편은 오르락내리락하는 등산을 즐긴다. 나는 깔끔한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여 하루에도 몇 잔씩 기분전환 삼아 마시지만, 남편은 달달한 캐러멜 마키아토를 하루 한 잔 정도 마시는 편이다. 나는 일을 할 때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해내고자 노력하며 내가 가진 에너지의 90~99%를 다 쏟아부은 다음 집에 와서 녹다운이 되지만 남편은 설렁설렁 6~70% 정도의 에너지만 쏟아붓고 나머지 시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기는 삶을 산다.

  이렇게 다른 남편과 내가 만나 연애시절과 결혼생활까지 함께 시간을 보낸 지가 거의 30년 가까이 된다. 물론 중간중간 다툼도 있었고 깨 볶는 시절도 있었고 데면데면한 시간들도 있었지만 큰 무리 없이 잘 살고 있다.  나와 다르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나와 같지 않다는 것이 틀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쉽게 자신과 다름을 배척하거나 외면하거나 틀렸다고 한다. 정말 나와 다르면 틀린 것일까? 나와 다른 것이 나쁜 것일까? 

  어떤 엄마들은 이러저러한 것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본인들의 잣대에 의해 아이들이 같이 놀 수 있는 아이와 같이 놀면 안 되는 아이를 구분 지어준다. 그래서 본인이 원하지 않는 아이와 놀고 있으면 혼을 내기도 한다. 그래서 아파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학교가 갈라지기도 하고, 그 아파트에 사는 아이가 아니면 놀이터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는 일들이 발생하곤 하는데, 과연 이런 것을 두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이 책은 크리스마스를 즈음하여 어느 자그마한 장난감 가게에서  잘 생긴 왕자 곰 인형과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못생긴 곰 인형 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가게에 있는 다른 장난감들과 달리 생김새가 조금 이상한 곰 인형을 두고 다른  장난감들은 이 곰 인형을 '못난이'라고 부르며 무시하고 놀린다.  특히 바로 옆 선반에 있는 금빛 왕관을 쓴 멋진 곰인형은 자신이 완벽하다고 늘 뽐내며 자랑하기 바쁘다. 선물을 사러 오는 손님들조차 시선 한 번 주지 않는다. 그래서 늘 기죽어있던 못난이 곰인형과 달리 자신만만한 왕자 곰은 예쁜 여자아이 눈에 띄어 일찍 가게를 떠났다. 하지만 못난이 곰은 동전을 어렵게 모아 온 남자아이를 겨우 따라가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 늘 그러하듯 이 두 곰인형들에게도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겪으면서 우여곡절을 겪다가 우연한 기회에 다시 재회하게 된다. 모습이 달라졌지만 지난날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두 곰인형. 옛 기억 속의 상처를 떠올리는 대신 입장이 바뀐 왕자 곰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하는 못난이 곰인형....



  이들을 보면서 용서란 이런 것이 아닐까? 배려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입장에서 내가 편한 것을 선택해서 내 마음대로 상대에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방에게 제일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여 상대방이 필요한 타임에 손을 조심스럽게 내밀어 주는 것.  그런 의미에서 보면 못난이 곰인형은 왕자 곰인형이 자신을 무시하고 비웃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먼저 손을 내밀기 어려웠을 텐데 잠깐 고민하다가 왕자 곰인형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왕자 곰이 겪었을 일들을 미루어 짐작해보면서 그의 아픔과 힘들었음을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태도에서 진정한 배려의 마음이 생겨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나의 일상생활 속 배려의 마음은 어디에서 기인되고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까? 자기 탐색을 해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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