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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히 화내고 효율적으로 화 풀고...

무조건 화를 참는 건 좋지 않다고요.

어떤 사람은 자기가 무시당한다고 생각할 때 화를 낸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생각한 대로 일이 풀려나가지 않을 때 화를 낸다.  또 어떤 사람은 제대로 돌봄 받지 못할 때 화를 낸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화를 내지 못한다. 그냥 꾹 참기만 한다. 어떤 사람은 타인에게 화를 내지 못하고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질책하며 자신에게 화를 내곤 한다. 드물긴 하지만 자기가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인지조차 인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일까? 어쩌다 한 번씩 내는 사람일까? 그것도 아니면 시도 때도 없이 벌컥벌컥 화를 내는 사람일까? 화를 낸다면 나는 주로 언제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게 화를 낼까? 내가 화를 내는 포인트는 무엇이며 그 화를 어떤 방식으로 풀까? 화가 조금 났을 때와 많이 났을 때, 그리고 소위 뚜껑 열린다고 할 만큼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을 때 나는 어떻게 그 화를 표현할까? 그때 내 몸에서는 주로 어떤 반응을 보이며 어떤 행동을 하곤 할까?


  너무 유명한 책이지만 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책이 이 책이다. 이 책은 소피가 화가 나면서부터 화를 나름대로 분출하고 해소하는 과정을 그림으로 자세히 표현해 놓은 책이다. 재미있게 고릴라를 가지고 놀고 있는 와중에 언니가 와서 그 고릴라를 뺏어가기 때문에 소피는 화가 난다. 그 상황에서 엄마는 속상한 소피의 마음을 읽어주거나 기분을 달래주기는커녕 언니 편만 들어주기 때문에 화가 더 난다. 거기에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난감에 걸려 넘어지기까지 한다. 

  그렇게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난 소피는 얼굴이 빨개지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주먹을 쥐고 발을 쾅쾅 굴린다. 그러고도 화가 풀리지 않아서 화산이 폭발하듯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다가 결국엔 문을 쾅 닫고 집을 뛰쳐나간다. 다행히 소피의 집은 숲이랑 가까워서 숲길을 달리다가 자연의 소리를 듣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바람의 숨결을 느끼고 새소리를 듣고 잔잔한 물결이 출렁이는 것을 보면서 화를 가라앉히고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 

  소피가 화를 낼 때 그리고 차분해질 때 주변 사물들도 그 영향을 받는다. 고양이가 털을 쭈뼛 세우기도 하고 주변 사물들을 둘러싼 에너지가 붉은 기운에서 점점 색깔이 달라진다. 집에 돌아왔을 때 소피를 둘러싼 에너지는 처음과 똑같은 색깔로 돌아오고, 자신이 좋아하는 행동을 하면서 그때 그 순간을 즐긴다. 

   나는 평상시 화를 잘 내지 않는다. 하지만 1년에 한두 번 몸이 엄청 아플 때 주로 화를 낸다. 몸이 아파서 움직일 수 없을 때,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약을 사다 달라고 부탁을 하곤 하는데 그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화가 난다. 그리고 서너 번 아니 대여섯 번 말을 해도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의도적으로 화를 내곤 한다. 감정을 실어서 화를 내기보다는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지 알아보고 그 약속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화를 내곤 한다. 화를 전혀 내지 않으면 상대방이 나의 생각이 나 감정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등 불편한 상황들이 자꾸만 연출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나의 권리 같은 것을 무시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가 났을 때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기보다는 평상시보다 목소리를 더 차분하게 가다듬고 조목조목 따진다. 물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사람인지라 나도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의식하기도 전에 벌써 몸이 반응을 하곤 한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면서 손발이 덜덜 떨리고 목소리가 떨리면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럴 때 잠시 산책을 하면서 감정을 조정하거나 화를 내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머리로 생각을 먼저 해보려고 노력하곤 한다. 

  어떻게 보면 제대로 화를 낼 줄 몰라서 화를 참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화를 정당하게 내면서 나 자신을 보호하거나 방어하거나 또 당연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나름대로 조치를 취하고 있으니 이런 나에게 만족한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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