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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농 Mar 05. 2023

서로 다른 입학식

  올해 자율휴직을 하게 되었다. 쌍둥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육아휴직을 하고, 5년 만이다. 쌍둥이들은 중학교 1학년이 되었고, 나는 다시 학교 밖에서 학교를 오롯이 바라보게 되었다. 파란하늘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다니며 조합원과 아마로써 쌓은 많은 경험들이 공교육 현장에 돌아온 내게 큰 자산이 되어주었다. 교육의 주체는 학생들이고 학생들은 환대받는 존재여야 한다는 사실을 깊게 각인했다.  그렇게 5년이 지났다. 교사로서 열심히 살았다. 5년 동안, 두 번의 1학년 담임과 세 번의 6학년 담임을 했고, 학교 민주주의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 눈 수술을 하게 되고,  한 해동안 학부모들과의 여러 갈등을 겪게 된 후, 몸과 마음의 안식이 간절해졌다. 게다가 쌍둥이들이 다시 1학년이 되니,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었다.  휴직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나를 주변 선생님들은 대부분 만류했다. 경제적으로 어떻게 살건지, 그 많은 시간을 뭘 하고 지낼 건지, 다 큰 중학교 1학년 생에게 과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건지에 대해 많은 말씀들을 해주셨다. 그러나 나는 내 내면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기로 하고 결국 휴직계를 냈다.

  

  그렇게 휴직을 했기 때문에, 내 아이들의 중학교 입학식에 참여할 수 있었다. 아들은 집 근처 일반 중학교로 배정을 받고, 딸은 감사하게 이우학교에 합격하게 되었다. 남편은 딸의 입학식에, 나는 아들의 입학식에 다녀왔다.


  내가 다녀온 입학식은 익숙한 풍경이다. 식이 진행되기 전, 교무부장으로 보이는 선생님이 앞으로 나오셔서 학생들에게 입학식 순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시고, 지켜야 할 점을 주지 시키고, 교가 연습을 시킨다. 처음 맞닥뜨리는 교가를 부르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지, 학교알리미로 교가 악보를 보내주셨다고 하는데, 그것을 보고 연습한 학생들이 몇 명이나 될까?

   입학식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2, 3학년은 모두 하교한 오후 1시에 식이 진행되었다. 그래서 강당에 선배들이 보이지 않았다. 입학하는 1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만 있을 뿐이다. 교장 선생님이 입학 환영 말씀을 하시고, 학교 부장보직 교사들을 소개하고, 이어서 담임 선생님을 소개하셨다. 드디어 연습한 교가를 부르고 학생들은 교실로 돌아가 교과서를 받아 들고 하교했다. 나는 교실 복도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아들과 짜장면을 먹으러 갔다.  


  집에 돌아오니, 딸이 학교로부터 받은 듯한 예쁜 꽃 화분이 놓여있었다. '첫 등교를 축하합니다! 이우학교'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남편이 딸의 입학식을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건물 밖 난간에 모두 걸쳐 앉아 입학식에 함께 참여하는 2, 3학년 선배들의 모습, 건물 앞 풍물패 공연, 선배들의 무대 위 축하 공연... 축제의 장이다. 마지막 사진은 급식 사진이다. 칸칸으로 나뉜 급식판이 아닌, 큰 접시 그릇 하나에 잡곡밥, 두부부침, 김치, 시금치, 멸치볶음, 조각케이크가 담겨있다. 입학식이 끝나고, 남편은 딸과 함께 학교 급식실에 가서 함께 밥을 먹었다고 한다.

  '우리 학생들은 이렇게 안전한 급식을 먹고 있어요.'란 사실을 이렇게 친절하게 알려주다니. 학부모와 학생이 나란히 앉아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거구나.       


   남편이 고급한지로 인쇄된 입학식 팸플릿을 보여주었다. 표지에 나태주 시인의 '너를 두고' 시가 가득히 쓰여 있다. 안을 들여다보니, 이우 학생들의 약속, 이우 학부모의 약속, 이우 교사의 약속이 적혀있다.

이우 교사의 약속의 다섯 번째 문장을 보고 먹먹해졌다.

  '5. 학부모는 우리의 동반자다.'


  나는 안다. 파란하늘 공동육아가 그랬듯이, 이우학교 학부모로서 보낸 경험들이 날 변화시켜주리라는 것을.  그래서 다시 교사로 공교육 현장에 돌아갈 때,  내게 큰 힘과 자산이 되어주리라는 사실을. 

  난 이우학교 학부모로서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고맙다, 이우학교.


이우 학부모의 약속

1. 원서 쓸 때의 마음을 잊지 않는다.
2. '나 하나쯤이야'하지 말고 적극 참여한다.
3. 아이에게 바라는 생활 방식을 나부터 실천한다.
4. 학교와 자녀를 믿고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5. 잔소리보다는 따스한 말을 한마디 더 한다.
6. 지혜, 돈, 힘, 재능 등 각자 가진 것을 나누고 기여한다.
7. 모든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마음가짐으로 대한다.
8. 교사의 자율성, 전문성을 최대한 존중한다.
9. 건강한 시민, 따뜻한 이웃이 된다.
10. 우리의 터전이 많은 생명들을 빼앗은 결과임을 잊지 않는다.



* 이우학교 입학식에 참여한 남편도 글을 썼다.

  https://blog.naver.com/peter7507/223034042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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