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주하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농 Dec 28. 2023

이우학교와 자립

며칠 전 산책을 하는데, 남편이 물었다.

“이우학교 보내니까 뭐가 가장 좋으냐고 주변에서 자꾸  묻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남편은 매일 아침 7시 반에 중학교 1학년인 딸을 수서분당선 환승역인 복정역까지 라이딩을 해주는 대신, 이우학교에서 해야 할 모든 부모 역할에 손을 떼고 그 몫을 내게 다 넘겼다.  고로 남편은 이우학교에 대해 잘 모른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학교가 최고라는 신념을 아직까지 고수하고 있는 남편.

“자립과 관계 그리고 탐구를 중요시하는  학교라 얘기해. 자립과 자작 수업을 통해 자기를 찾아가고, 방학에는 자기 탐구 과제가 있고… 정해진 교과서가 없이 교사 스스로 만든 교육과정으로 수업을 하는 학교.

한참을 떠들어댔는데,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확실히 손에 쥐어지지 않는 그 무엇을 설명하느라 나 조차도 확신이 서지 않았으니.  


그리고 어제  딸아이의 ‘자립과 자작’ 수업 발표회에 다녀왔다.  자립과 자작 수업은 1학년들이 참여하는 수업으로, 1, 2학기 나누어 학생들 스스로 한 분야를 선택해 한 학기 동안 이수하는 수업이다. 공예, 목공, 도예, 민화 수업이 있는데, 딸아이는 1학기에 목공을, 2학기에 자개 공예를 선택했다. 각 수업마다 학교 밖 전문 강사 선생님이 계시고, 학교는 강사비와 시설, 환경을 지원한다. 재료비만 수익자부담으로 내게 되어 있어, 각 학기에 10만 원 안쪽의 수업료를 냈던 것 같다.


혁신학교인 어느 초등학교에서 교육청 지원으로  만든 간이용 목공실을 본 적은 있는데, 여긴 목공실뿐만 아니라, 개인용 물레 열개와 전기용 가마까지 갖춰진 도예실이 있었다. 시설만큼 인상적이었던 것은 학생들의 발표였다. 자기 작품 옆에서 작품 주제, 의도, 재료 등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던 모습들.  한 학생은 개인 태블릿을 가져와 자기 핸드폰과 연동시켜 실시간으로 이용하며 작품을 설명했다.


아이들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 보고서에 있는 <수업을 통해 배운 '손'을 움직인다는 것의 의미>를 자세히 읽어보았다. 몇몇 학생의 글들이 내 시선을 머물게 했다.


손을 움직인다는 것의 의미란

배우는 것은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몸과 마음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손을 움직인다는 것은 섬세하고도 어려운 것들을 집중해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머릿속의 생각을 실존하게 하는 것




자립한다는 것.

자립을 배운다는  것.


그 의미와 실천 방향을 생각해 본다.  몇 년 전, 이우학교가 대안학교에서 자율형 학교라는 공교육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다. 혁신학교의 혁신학교였던 이우학교가 공교육제도 안에서 그 고유성을 지켜가며 어떻게 '자립' 을 지켜나갈지 이우 학부모로서, 그리고 공교육 교사로서 사랑을 담아 지켜보고 싶다.


고맙다, 이우학교.


매거진의 이전글 늦은 추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