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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농 Aug 01. 2023

늦은 추모

서이초 선생님을 생각하며

영화 <수라>를 보고 남긴 짧은 글.

내 글실력에 비해 평소보다 많이 받은 라이킷.

'왜일까?' 궁금해하다 얻은 결론.

어쩌면 서이초 선생님 사건 때문이겠다는,

그래서 나 같은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 응원을 보내주신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선 글에도 언급을 했지만, 나는 작년 여러 학부모들과 갈등을 겪은 후, 올해 휴직을 했다.

다른 아이들 앞에서 자기 아이를 혼냈다고 나를 아동학대로 고소한다던 학부모 A.

중입 서류 제출 마감 전에 갑자기 강남으로 전입을 해, 확인 절차를 하겠다고 하니 실사를 하지 못하게 퇴근 후에도 계속 전화를 하던 학부모 B.

자기 아이 통지표 점수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유를 알려달라 전화하던 학부모 C.

자기 아이와 아침에 싸운 이야기를 하며 수업 시작 시간이 지났는데도 전화를 끊지 않았던 학부모 D.

모두 작년 한 해 겪은 일들이다.


집에 돌아오면 담았던 화를 쏟아내느라, 아이들에게 유독 화를 내고, 남편과 자주 다투었다.

나의 넋두리에 "그런 너는 행복한 줄 알아. 우리 회사 여직원들에 비하면." 이렇게 말하던 남편은 이제

"언제라도 휴직하고 싶으면 휴직하고, 언제라도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둬."

라고 내게 말한다.

"쉬고 싶으면 언제든지 휴직할 수 있어 좋겠다"라고 부러워하던 주위 사람들은 이제

"그동안 정말 힘들었지. 너무 고생했겠네." 라며 위로해 준다.

서이초 선생님 사건 이후 달라진 일들이다.


동료 선생님들에게 말하면, 능력 없는 교사로 보일까 봐 잘 얘기하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하소연할 상대라도 옆에 있었다. 대전이 고향이어서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했겠고, 그래서 발령지가 제일 힘든 강남 서초였을 그 선생님. 동료 선생님들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채 빈 방을 마주하며 결국 자책 밖에 할 수 없었을 그 선생님.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한참이나 선배인 나는, 고작 휴직이나 한 나는

그 선생님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겨우 2년 차 까마득한 후배일 그 선생님은

이렇게나 많은 것을 벌써 바꾸어 주었다.

교사를 보는 세상의 시선들,

전례없던, 광장으로 모인 30만명의 교사들,

급물살타며 발의되는 교권 조례, 법안들.


미안하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내년

다시 돌아가면,나도

조금씩

조금씩

갚아 나가야겠다.


내가 겪은 일들을

부끄러움 없이 펴서 보여줄 나의 입과

동료, 후배들이 겪는 고충들을 향해 열어둘 나의 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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