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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농 Jan 13. 2024

목포에 가면

목포에 가면, 저번에 다 못 본 근현대사 거리도 다시 가봐야지.

영화 <1987>에 나오는 연희네 슈퍼도 가봐야지. 내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그 옆 달동네도.

중학교 시절 시험공부한다며 친구들과 함께 다녔던 , 목포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시립도서관도.

그리고 도서관 가는 언덕배기에 위치한  책방 <동네산책>도.

마지막날은 새롭게 들어선 멋진 바다뷰 카페 <석산>도 가봐야지.

아참, <길 위에 김대중> 다큐 영화도 부모님과 함께.


일 년에 두세 번 치르는 고향 친정 방문이지만 이번엔 여행자의 마음으로 목포에 내려왔다.


그러나 이틀 만에

엄마가 차려주시는 매끼 밥상에

아빠가 해주시는 매일 방 청소에

난 게으름뱅이가 되었다.

주말인 오늘 직장인 동생이 차를 몰고 엄마집에 왔다.

기지개를 켜고 다시 여행자 마음을 장착했다.


첫 여행지, <동네산책>.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을 해봤다.


동네산책은 건강 문제로 2023년 10월 3일 이후 영업을 종료합니다. 그동안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년, 어느 그림책 작가가 여행을 하다 목포가 마음에 든다며, 이곳에 정착해 책방을 열었다. 반가운 마음에 목포에 올 때마다 이곳을 들렸다. 2층 양옥집을 개조해 만든 그곳은 작가의 백발 모습만큼 자연스럽게 아름다웠다.



그런데 지난 10월 문을 닫았다니.

목포를 비추던 희망 하나가 사라졌다. 작가님이 건강을 빨리 되찾으셨으면.


어디를 가지? 차 안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손혜원의 나전칠기 전시회를 생각해 냈다.  연말까지 계획이던 전시는 다행히 설까지 연장한다 한다.


자연사 박물관 로비를 빌려 마련된 공간은 도떼기시장 같았다. 비싼 최고급 음식들이 질그릇에 아무렇게나 담겨 있었다. 어서 빨리 박물관이 지어져야 할 텐데.


오, 고마운 사람들.

당장 돈이 되는, 이익을 좇는 삶을 살지 않고, 아름다움과 꿈을 바라보며 긴 시간을 묵묵히 견디어 온 나전칠기 장인들.

돈으로 환산 불가능한 귀한 보물들, 사라져 가는 이야기들, 흩어진 예술인들을 평생 모아 목포에 선물한 손혜원 님.



둘러본 나는 그간 못한 목포여행을 다 보상받은 듯 마음이 채워졌다.

다음 달 설에 내려오면, 또 들리리라.

아끼듯 천천히 둘러봤다.


다음은 어디를 가지?


*사진 출처 :  <동네산책>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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