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주하다

이우학교, 사회과 교과포럼

by 예농

독감 나은지 얼마 되지 않아 기침이 계속 나왔지만 이우학교 사회과 포럼에 참석하러 집을 나섰다.

학부모로서 내 아이가 사회과 수업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같은 교사로서 이우학교 교사들의 고민도 궁금했다.

이 모임을 주최한 이우학교 사회과 교사들에게 감사 또한 표하고 싶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기꺼이 한 그분들에게. 그리고 그 중심에 계신 우경윤 선생님께.


장소에 도착하니, 중2 대표 학생이 1년 동안 배운 사회 수업 내용을 발표하고 있었다. 그때 김지용 교장선생님이 조용히 들어오셔 학부모 옆 낮은 난간에 앉으셨다. 볼수록 닮으셨다. 스티브 잡스와 어느 노조위원장을 닮은 얼굴과 기상. 중3, 고1, 고2, 고3 발표가 차례로 이어졌다. 다 좋았지만, 그 가운데 수업 중에 <이슈 한국사, 박태균, 창비>를 읽고 논쟁 글쓰기와 토론에 관한 고 2 학생 발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박정희 정치, 산업의 공과 과를 배우고 자신도 어떠한 생각이 서게 되었지만,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 생각하진 않는다 했다. 자신감은 보이지만, 확고함은 느껴지지 않던 태도가 좋았다.


2부는 교사들, 학생들, 학부모들 서로 간의 질문 시간이었다. 자녀의 발표에 격려차 하던 질문, 사회과 수업 목표, 지향점 등 이우 교육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 이 자리를 마련해 준 교사들을 향한 감사와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질문… 질문은 끊어질 듯 계속 이어졌고, 우경윤 선생님은 동료 선생님들께 마이크를 넘겼다. 그리고 나 역시 질문을 드렸다. 어리숙해 보이지만 꼭 하고 싶었던 질문.


이 모임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우학교 사회과 선생님들은 참 친하시구나 생각했어요. 얼마나 자주 만나세요? 그리고 그런 모습이 학교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궁금합니다.


제일 어려 보이시던 남자 선생님이 웃음 띤 얼굴로 답했다. 우리 사회과가 올해 교과 중에 1등을 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 놓쳤다, 우리는 정말 자주 만나 얘기한다. 책 모임도 하고, 수업에 대해서도 자주 논한다. 그때마다 우경윤 선생님이 직접 커피를 내려주신다…


우경윤 선생님.

일반 공립학교에 다니는 중2 아들이 세계사 수업 시간에 4대 고대 문명을 배우던 학기 초 3월, 우경윤 선생님의 세계사 수업을 듣던 중2 딸아이는 ‘신항로개척’에 대한 글쓰기 숙제로 진땀을 뺐었다.

'고대, 중세는 건너 띠고 바로 근세 신항로개척'이라고? 재밌는 분이시군.'

“엄마, 우리 학교 우경윤 선생님이 나보고 귀엽대. 그 선생님 카톡 프사가 뭔 줄 알아?”

출소 D day-0000일.”

딸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정년퇴임을 하시는 듯했다. 선생질 열심히 해야지 하면서 한편으로 늘 그만두고 싶은 내 마음과 똑같아 웃음이 났다.

여러 통로를 통해 들은 바로는, 그분은 이우학교 초창기 교사 멤버 중 한 분으로 '함께여는 교육연구소' 소장까지 역임하고 계시다. 여러 책을 쓰셨고, 역대 소장들이 교장의 길을 거쳤듯이, 그분께도 이우학교 공모 교장을 준비해보라는 여러 제안이 있었다 한다. 그런데 하지 않았고 몇 년 후 평교사로 퇴임을 할 예정이라 한다. 하고 싶음과 내려놓음 사이에서 얼마나 수없이 흔들렸을까?

그 분과 직접 얘기 나눈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많은 가르침 속에서 자기 생각을 세워가고, 그것 또한 틀릴 수 있음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

오랜 고민과 나눔으로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을 세워주는, 교사들.

따뜻한 커피와 격려로 후배 교사들에게 소통과 배움의 장을 마련해주는, 교사 어른.

그리고 학교 교육 현장의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지지와 연대를 보여주는, 교장 선생님.


오늘도 이우학교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 매일 우리는 배우고 있다 _어맨다 고먼, 시집 ‘불러줘 우리를, 우리 지닌 것으로’, 은행나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