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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농 Dec 28. 2022

교사, 책을 들다

"선생님, 요즘 우리 아이  학교 생활이 어떤 가요?"

"네? 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을까요?"

"아이가 학교 가기 싫다고, 선생님이 자기를 미워하는 것 같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아이가 사춘기이긴 하지만..."

망치로 세게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30분 정도 더 통화하고 어머니의 전화를 끊었다. 불편한 마음에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으나, 여전히 마음이 힘들었다.


나도 딸 가진 부모라, 그 어머니 마음이 오죽하랴 싶었다. 무엇보다 그 아이가 나로 인해 요 며칠 마음 고생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더 좋지 않았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내가 뭘 잘못했지?'

다음 날, 그 아이를 만나 마음속 얘기를 자세히 들어보았다. 이해 가는 부분보다 솔직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도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한 건 내 책임이 크니, 아이에게  사과를 했다.


2주 넘게  혼란스러움이 계속되었다.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걸 내가 못 느끼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더 큰 문제다. 남은 교사 생활을 온전하게 해낼 수 있을지. 혼란스러움은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그런 와중에 만난 책, <교사, 책을 들다>.


지하철 출퇴근 중에 읽었다.  더 넓고 깊은 사유의 세계로 이끄는 교육 명저와의 만남이라는 책 부제답게, 이 책은 여러 교육 명저들, 막스 반 매넌, 바실리 수호믈린스키, 마이클 애플, 마사 누스바움, R.S. 피터스, 존 듀이의 교육 저서들을 쉽게 설명해 준다. 모두 딱딱하고 지루할 것이라는 나의 편견으로 결코 읽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책들을 지은이 함영기 님은 에센스만을 추려 내, 나와 그들 사이에 다리를 만들어주었다. 오래간만에 책을 읽으며 밑줄을 수없이 그었다. 안개가 걷히듯, 내가 처한 상황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적이고 감정적으로 여겨지던  문제들을 객관적인 교육 사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내적인 힘,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나의 잘못들이 깨달아지기 시작했다.


교육적 고민이나 감각을 기르는 것에는 정답이 없다.
교육적 고민은 이런저런 상황에서 여러 아이를 만나면서, 그 아이에게 귀 기울이고 반응하는 과정에서 습득된다.
교사는 그렇게 아동과 함께하면서 교육적으로 고민할 줄 알게 된다.

함영기의 <교사, 책을 들다> 21P_ 반 매넌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


6학년 아이들과 무탈한 일 년을 보냈다. 올해 처음으로 반 아이들과 텃밭을 가꾸며, 함께 땀 흘리고 부대꼈다. 그 아이와의 일이 있기 전, 이쯤이면  아이들과 나름 연결된 교사라며 스스로를 칭찬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연결은 무싄, 개뿔!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교사는 배려와 민감성을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민감성을 설명해주는 교육학 관련 책은 거의 없다.
왜 없을까?
이것은 단도직입적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시나 일화를 통해 우리는 교육학적 민감성을 설명할 수 있다.
                                                                                                                              _같은 책 35p


 교육학적 민감성. 이 부분이 많은 위로가 되었다. 내가 겪은 예시는 나의 부족한 교육학적 민감성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나에 대한 문제나 평가로 생각되어 자책만 하기 보단, 내게 부족한 부분이니 더 노력해야 한다고 결심하게 하는.

 

교육은 복잡하고 미묘한 일이다.
교육은 학생에게 적절한 영향을 미치는지 혹은 적절하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이다.
교육에는 정답이나 공식이 없다.
                                                                                                                                                                                                    -같은 책 22P


교육은 복잡하고 미묘한 일이다. 이 복잡하고 미묘한 일이 직업인 나는, 오늘 이 책을 소개하러 이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함영기 님이 책 이름을 정말 잘 지으셨다. <교사, 책을 들다>

나와 같은 교사들, 무엇보다 교직을 준비 중인 예비 교사들이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교사, 책을 들다> 함영기, 한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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