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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만든 착각, 행복의 진짜 얼굴

by 크리터

최근 덴마크에서 15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불안과 우울, 사회적 고립이 급격히 늘어난 원인이 SNS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교육과 행복, 복지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덴마크가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만이 아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문화가 강한 우리 사회에서도 우울과 불안의 수치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나 역시 인스타그램을 보다 보면 다른 사람의 일상과 자신을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때가 많다. 누군가의 즐겁고 화려한 모습을 볼 때면 내 삶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그 사람에게 실제 하루가 어떤지 물어보면, 의외로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에 놀라곤 한다.


SNS는 겉보기엔 수많은 사람과 우리를 연결해 주는 듯하지만, 실은 더 깊은 단절로 이끌기도 한다. 그 속의 삶은 종종 부풀려지고, 때로는 왜곡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모른 채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시기한다.


이를 보면 우리 또한 덴마크의 사례를 보며 SNS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즉 ‘현실을 사는 것’이다. SNS라는 가상의 무대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 세계 속에서 진짜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요즘 우리는 현실을 기반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기보다, SNS 속 이미지 위에 삶을 세워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의 과장된 단면일 뿐, 결코 전체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전부라고 믿고, 그 안에서 스스로의 현실을 깎아내린다.


최근, SNS가 내 시선을 얼마나 왜곡해 왔는지 깨닫게 해주는 일이 있었다. 한동안 일이 잘 풀리지 않던 시기, SNS만 열면 누군가의 즐겁고 화려한 일상이 끝없이 펼쳐졌다. 사람들과 어울려 웃고 떠드는 모습, 재미있고 풍요로운 하루를 보내는 모습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때 내 마음은 깊은 비교와 초조함 속에 잠겼다. ‘왜 내 삶은 이렇게 허전할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짓눌렀고, 모두가 나만 빼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중 누군가 “SNS를 잠시 쉬어보라”는 말을 건넸다. '그런다고 내 허전함이 사라지겠어'라는 생각이 한편 들었지만 우선 그 조언대로 한동안 휴대폰을 내려놓고 SNS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어느 새벽, 편의점 알바를 하러 가는 길에 스친 바람이 유난히 상쾌하게 느껴졌다. 차가운 공기와 새벽 햇살, 고요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불현듯 알게 되었다. 내 하루도 충분히 살아갈 만하고, 내 일상도 결코 나쁘지 않다는 것을. 행복은 화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곁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우리의 삶이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이치에 맞지 않는 과장된 행복과 기쁨을 좇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자신의 삶이 상대적으로 초라하고 의미 없어 보이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현실을 버티며 살아갈 힘을 잃어간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것,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것이다.


세계적인 명상가 마이클 싱어는 이렇게 말했다.


“스트레스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삶의 사건들이 아니다. 그런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은 그것에 대한 당신의 저항이다.” — 마이클 싱어, 《상처받지 않는 영혼》


SNS 속 화려한 세상 대신, 어떤 상황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감사할 이유를 찾는 것. 그것이 박탈감에서 벗어나 진짜 행복을 찾는 길이다. 스마트폰 화면 속이 아닌 밖으로 나가면, 바람이 불고, 하늘이 변하며, 세상은 여전히 다채롭게 살아 있다. 그곳이야말로 우리가 진짜로 살아야 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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