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오 Sep 20. 2022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생길 때

나는 이해가 되지 않고 심지어 억울하다고 느껴질 때

마음이 참 힘들어지곤 한다.


머리로도 이해가 안되고 머리로는 이해가 된다 치더라도

고집 많은 마음 만큼은 쉽게 '이해'라는 바람에 꺾이지 못한다.



이해도 안되고, 내가 해온 것들이 억울하다고 느껴질 때면

내 덩치와 외모와는 다소 안 어울리게

눈동자가 조금은 빨개지기도 하는게 내 연약함 중 하나이다.


예전에는 그런 일이 있더라도 내 속으로만 삭히고

내 마음을 갈등이란 덩쿨 속에서 충분히 괴롭히다가

한 숨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때가 많아 그렇게 지나갈 때가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내 마음을 누군가에겐, 

누군하 한 명에겐 꼭 털어 놓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그게 나를 응원하는 사람인지, 나를 억울하게 만든 일의 관여자인지 상관없이

누군가 한 명 쯤은 지금 내 마음을 알고 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많이 생긴다.


오늘도 그랬었다.



우리 회사는 매출이 없는 스타트업치고는 상여금 제도를 가지고 있다.

총 직원이 5명에 불과한데 매 달마다 직원들 투표 + 이사진들 투표 또는 상의를 통해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차등 분배하는 것이다.


기존엔 1위 ~ 3위가 차등으로 나눠갖는 시스템이었지만

이번달부터는 단 한표 차이로 상금을 갖고 못 갖고의 아쉬움을 덜기 위해

1위부터 전 직원이 얻은 표만큼 비례해서 상금을 나눠갖기로 제도를 바꾸었다.

즉 한 사람 당 총 3명까지 투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꼴찌를 하더라도

최소한의 상여금은 매달 모두가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오늘 나는 0원의 상여금을 받았다.


모두가 상여금을 받아갈 수 있게 바꾸고, 그 금액 분배도 득표수만큼 비례해서 나눠받기로 하였는데

난 이번 달 0원의 상여금을 지급 받았다.

날 더 이해하지 못하게 한 건, 5명의 직원 중 나만 0원이며

다른 직원들은 모두 20~30%씩 분배받았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기존 월급 외에 조금의 상여금이라도 들어온다는 생각에 실망이 더 크다.

그리고 한 명당 3명의 직원까지 선택이 가능함에도 나는 아무도 선택을 안한 건가라는 

의심이 억울한 마음을 더 키우는 것 같다.



상여금을 통해 일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게 목적인데

마치 지난 한달 간의 내 노력이 모두 무시된 것 같아 

오히려 일에 대한 의욕이 확 떨어져 오늘 오후엔 아무 일도 집중할 수 없었다.


받을 것이라 생각했던 돈을 받지 못해 결국 기존 월급보다 못한 금액을 받았다는 실망감도 있지만

정말 날 아무도 찍지 않은 건가라는 의심,

나에 비해 매달 잘 받아가는 것 같은 다른 직원들에 대한 시기,

한 달동안 나름 내 일 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일도 도와 했던 나에 대한 약간의 연민 등이 겹쳐

마음이 참  심란한 오늘 오후였다.



다행히 이 일을 나와 함께 일하는 매니저님께 터 놓았고

매니저님은 내 생각보다 날 위로해주고 걱정해주며 자기 일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말들을 해주었다.


아마 다른 직원 분들께 말을 했더라도 모두 똑같이 반응을 해 주었을 것이지만

괜스레 대상 없는 아쉽고 섭섭한 마음이 넘치는 오후이다.


P.S.

그래도 심란한 마음을 갖고 퇴근하면서 버스에서 취한 달콤한 잠과

소소한 말들을 주고 받는 가족 채팅방,

하루동안 가족 없이 혼자 심심해 했을 삼월이를 산책 시키며

마음이 어느정도 가라앉긴 했다.


나아가 이렇게 하나님이 또 나를 단련시키시는구나를 느끼니

되려 감사한 마음까지 들기도 하는 내가,

그 억울한 마음을 갖고 내일 전무님 방을 들어가서 나의 표출 못한 감정을 쏟아내려고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회복되고 괜찮아져 그렇게 못할게 눈에 보이는 내가,

밉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취업을 한 후 목표가 없어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