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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S Oct 11. 2021

첫 글, 브런치를 시작하며

앞으로의 글쓰기에 대한 계획




INTRO


인간이 창조해내는 아름다움이란 한편으로는 노력의 산실이다. 아름다운 조형물을 빚어내기 위해 작가는 오랜 시간 고민을 거듭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이란 누군가에게는 무한한 감동의 대상이겠으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스쳐가는 무언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브람스의 선율에서 씁쓸한 가을바람의 정취를 느끼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배경음악 또는 자장가로 들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향수는 순수한 예술의 분야에 속하지 않는다. 태생부터 인간의 필요에 의해 태어난 것이며, 소비재로서의 성향이 짙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향수를 빚어내는 조향사들에게 조향이란 틀림없는 예술이다. 직접 예술을 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향기로 빚어내는 아름다움에, 향수 그 자체의 깊이에 취한지도 오래 되었다. 그 동안 많은 향기를 접했고, 많은 글로 남겨왔다.


물론 향기를 글로 남기는 어려운 작업을 하는 사람이 한둘은 아니다. 그러나 글보다는 사진이, 사진보다는 영상이 우대되는 현대 사회에서 매체가 광고의 수단으로 변질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시금 향기에 대한 글을 남겨보고자 결심한 지금, 브런치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비상업적인 영역이자 창작자의 글이 존중받는 플랫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작가를 신청하며 제출한 겔랑 '뢰르 블루(L'Heure Bleue)'에 대한 게시글이 첫 글이 되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는 이것이 첫 글이다. 앞으로 이곳에 어떤 글을 남길지, 어떤 원칙과 방향성을 갖고 글을 쓸지에 대해 간략하게 알려 두고자 한다.




글의 주제와 서술의 방향, 원칙


이 곳에서는 향수와 향기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물론 엄밀한 의미에서 출판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므로 다른 주제의 글이 포함될 수도 있다. 때로는 개별 향수에 대한 장문의 리뷰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유사한 장르의 향수들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또 어떤 경우에는 브랜드 자체를 소개할 수도 있다. 책을 쓰는 것이라면 엄격한 목차와 서술의 일관성을 갖추어야 하겠지만, 시작과 끝을 정해 저술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목차에 일관성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긴 주제에 대한 짤막한 글을 시리즈로 엮어보는 것은 고려중이다.


다만 글쓰기에는 원칙이 있다. 무엇보다 회피하고 싶은 것은 상업성이다. 서두에도 언급했듯 향수는 예술의 분야라기보다는 상품이므로 상업성을 띄는 유튜버들과 블로거들이 많다. 향기에 대한 서술은 온데간데 없고 피상적인 홍보 문구로 가득 찬 글에서 진정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그런 방식의 마케팅이 좋은 효과를 불러오기 어려워야 정상이지만, 한편으로 우리 사회의 소비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일이 아닐까 싶다.


둘째로는, 향수에 평점을 매기는 일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한 때 향수에 별점을 주는 방식으로 리뷰를 작성하곤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가 있음을 자각했다. 무엇보다 리뷰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별점에 구속되게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후각은 시각과는 달리 명료하지 않고 연상이 어려워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물론, 경험하였더라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는 흐릿한 기억으로 남을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단정적인 평가와 수치화된 별점은 선입견으로 작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 향수에 별점을 매기기에 많이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따라서 최대한 평가보다는 체험과 감상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맺음말


앞으로 얼마나 오랫 동안 이 곳에 글을 게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본업이 따로 있는 입장에서 정기적으로 공을 들여 글을 쓴다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듯하다. 하지만 나의 경험과 감상 그리고 취향을 타인과 공유하고, 정제된 글로 남긴다는 일이 한편으로 뿌듯하고 보람찬 일이기도 하기에, 힘이 닿는 한은 끈기를 가지고 써 볼 예정이다.


아마도 처음에는 기존에 작성했던 글을 모아서 다시 수정한 후 게재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정 하우스에 대한 소개나 향조에 대한 설명 등과 같은 글의 경우 이미 예전에 충분히 공을 들여 써 두었고, 다시 쓴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새롭게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글보다는 클래식을 위주로 글을 쓰기 시작할 것 같다. 결국 돌고 돌아 클래식이라는 말이, 향수라는 장르에서도 예외가 아님을 지난 10년 간 실감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곳의 글이 많은 이들에게 읽히기 좋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은 배운 대로, 본인이 보던 대로 글을 쓰게 되어 있다. 만연체로 서술하는 것이 습관화된 본인이 작성한 글이 읽기에 난해하다는 지적을 종종 듣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름대로는 변명거리도 있지만 종종 비문이 보이더라도 전문 작가나 언론인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여 너그러이 넘어가 주시기를 바란다는 말로 짧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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