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시'를 함께 보고 온 딸에게 쓰는 편지
라끌아 새해가 되고 이제 막 여덟 살이 되었구나.
올해 초등학교도 입학하게 되고 이제 이런 귀여운 너의 모습에서 조금 더 소녀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시간이 되겠지?
어제는 엄마랑 동네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위시(Wish)'를 보고 왔지.
유치원 방학이기도 하고 덕분에 동생과 아빠가 없이 단 둘이 우리끼리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어.
너도 실컷 티브이도 보게 되고, 동생이 없어서 해볼 수 있는 다른 활동들도 해보고(예를 들어 컴퓨터로 글자 써보기 등) 엄마랑 조용하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잖아.
즐거운 시간으로 남았으면 좋겠어.
전에 영화관에서 우리 가족 넷이 뽀로로 영화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둘이 영화를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아. 영화관에 가는 길에 좋아하는 네 얼굴을 보니까 정말 좋더라.
언제 이렇게 예쁘게 컸나 싶어. 몇 년 만 지나면 엄마보다는 친구들, 다른 더 좋아하는 게 많아질 나이라는 거 엄마도 당연히 알지 엄마도 그랬던 시간들이니까.
엄마와 아빠는 항상 네 옆에, 네 뒤에 있다는 거 잊지 말고 언제나 불러도 되고, 언제나 기대도 된단다.
영화관에서 우리는 팝콘을 먹었잖아. 라끌이 네가 엄마도 챙겨주는 모습에 고맙고 너는 고소한 팝콘, 엄마는 달달한 팝콘 이렇게 '반반 팝콘'을 먹었잖아. 한 번에 각각의 맛의 팝콘을 입에 넣어 먹는 게 맛있다며 엄마에게 알려주는 네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아마도 우리가 오늘 단둘이어서 네 모습을 이렇게 자세히 오래 볼 수 있었던 것 같아.
엄마도 피곤해서 영화관 가지 말까 갈까 (날씨도 우중충한 것도 한몫했고 말이야) 고민했는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영화를 보면서 마법사 때문에 무섭다고 속삭이는 네가 귀엽기도 하고 엄마는 네게 엄마 팔을 붙잡으라고 이야기도 하고, 나중에는 팔걸이를 올려서 편하게 엄마에게 기댈 수 있도록 했잖아.
좋았던 시간이었어. 크면서 너는 기억이 잘 안 날 수 있지만 엄마에게도 소중한 한 장의 추억이 되었단다.
오늘 본 영화 '위시'에서 처럼 항상 바른 방향으로, 희망을 늘 갖고 살자.
가끔 우리 이렇게 영화 데이트 하자꾸나.
영화보다 너랑 이렇게 오붓한 추억을 남긴 시간이 엄마가 받은 선물인 거 같아.
고맙고 사랑해.
*태명으로 이름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