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의 맛을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종종 예술영화 상영관에서는 오리지날로 상영을 하기도 한다.
우리 동네의 영화관을 검색했더니 작은 영화관에서 상영 중. 전화해서 물어보니, 다음주 수요일 저녁 8시 타임이 오리지날에 독일어자막이란다. 저녁 8시라...초저녁잠이 많은 나는 넘기 어려운 시간이지만, 그래도 한국말로 나오는 영화는 처음이라, 남편에게 지나가는 말로 했더니 그날 프로베(합창연습)가 있는데 8시에 끝난다고 끝나자마자 오겠다고, 가자고 했다. 어차피 독일은 영화 시작 전 광고가 워낙 길어서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연습이 일찍 끝나서 나보다 먼저 도착한 남편은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표파는 창구도 유리에 작은 간식들도 이렇게 팔고 있는,
아주 작은 영화관...시골 변두리 영화관처럼 정겨웠다. 남편왈, 시네마천국 같은 느낌이라고.
심지어, 표조차도...
사실,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내용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한국말로 보는 영화라는게 중요했고, 그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고, 충분히 좋은 시간이었다.
엔딩에 한글들...감동.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안 일어선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즈음부터 옷을 여미던 우리는 다들 앉아있어서 선뜻 일어서질 못 했다. 한국사람이 제일 먼저 일어날 수는 없잖아?하며 잠시 버티기...
불이 켜지고야 다들 일어서기 시작하고...그제서야 우리도 이제 나가도 되겠지 하며 일어서는데, 둘러보니 관객들이 그래도 한 40명 남짓은 되어 보였다. 신기했다. 한국 영화를 오리지널로 상영하는데 보러 오는 독일 사람들. 그 중에는 나이드신 어른들도 몇분 계셨다. 자막으로 보시기에 어려우셨을텐데(독일 사람들은 워낙에 독일어로만 영화를 보던 버릇이 들어서 독일 친구는 자막으로 보면 신경쓰여서 영화에 집중이 안 된다던데 말이다) 사뭇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동료 E가 병가로 2주간 나오지 못 했다.
그리고 맞은 주말, 2주간 너무 피곤했어서 늦잠을 자고 하루종일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는데 갑자기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었다. 생각해보니, 안 먹은지가 너무 오래 되었다.(나는 하루 세끼 떡볶이만 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떡볶이를 좋아한다)
이제 문제다. 배달을 시킬 수도 길거리에 나가 사먹을 수도 없는 이국의 현실. 자전거를 20분 타고 가야 하는 아시아상회에 가서 떡을 사서 다시 20분을 타고 와서 집에서 해먹어야 하는. 결국 피곤과 떡볶이가 싸워 떡볶이가 이기고...토요일이라 문을 일찍 닫는 아시아상회를 향해 서둘러 출발했는데...
떡이...없다...
왜???
오랜만에 들른 아시아상회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다들 장바구니에 한국 음식들이 가득했다.
비비고 냉동만두를 비롯해, 고추장, 김...그리고 불닭???? 까르보불닭도 아니고 그냥 불닭?
생경한 풍경에 혼자 놀라고, 한국 음식들이 인기가 있으니 내가 떡을 사지 못 하는 상황까지 와서 덕분에 내가 떡볶이를 못 먹는건가.
떡 사러 굳이굳이 나왔는데 없어서 실망한 내 눈에 들어온 요뽀끼. 그래, 떡이 들어있을테니, 이거라도 사자...
떡만! 들어 있어서 어묵은 따로 넣었다.
아쉽지만, 그래도 나름 맛있게 먹은 주말의 별식.
그나저나, 이제는 한국 음식들 사려면 화요일에 맞춰가야 하는 건가?(화요일은 아시아상회에 물건이 입고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