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융이라고 불립니다 Dec 12. 2023

오랜 병가 중

학교 밖에서의 일상

7월, 어느 바빴던 날... 동료 둘이 다 출근하지 못해 혼자서 일하던 날이었다.

아이들의 식사가 끝나고 부랴부랴 뒷정리를 하다가 음식이 들은 통을 들고 한 개 있는 계단을 오르다 발목을 접질렸다.

식통이 쏟아지지 않게 하느라, 또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접질린 상태에 있는 발목에 압력을 가한 채로 한동안 있다가 일어섰다. 욱신거리기 시작했지만, 혼자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안 넘어졌고 음식통을 쏟아지지 않게 해서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하며 초과근무를 했다.

그리고 이틀정도 동료 한 명이 못 나오고, 동료 한 명과 함께 보통보다 좀 더 많은 양의 일을 했다. 그런데...

자려고 누우면 통증이 심했다. 

결국 병원에 가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다시 동료 둘이 나오게 된 날 병가를 냈다. 다행히 그날은 본사에서 매니저가 와서 일손을 거들어 줄 수 있는 날이다 싶어서 예약을 잡았다. 아파도 바로 병가를 내지 않은 건 동료들에 대한 배려다. 내가 하나 없음으로 인해 가중되는 일거리를 주고 싶지 않았다.

아프면 바로 병가! 가 당연한 독일에서 근면성실한  한국인의 마인드로 아픈 걸 아픈 걸로 인정하지 못하고 일하는 나.

그리고  그런 나는 그날 병원 진료를 받고 난 후, 다시 학교로 출근하지 못하고 긴 병가에 돌입했다.

발에 미세골절이 있었고, 바로 치료하지 않아 생긴 염증이 심해졌단다. MRI 후 반깁스와 목발을 받아왔다.

최소, 석 달 치료에 Reha라는 물리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처음에는 마음이 부산했다. 아이들의 점심시간이 염려가 되었고, 유통기한이 임박한 김밥김도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발이 계속 불편하다 보니 어느덧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다. 그래, 재촉한다고  빨리 낫는 것도 아니고...

말하자면 산재인데, 다 나을 때까지 쉬면서 꾸준히 치료를 해야 한다고 독일에서 오래 일한 언니의 조언이 있었다.

그래, 그러자. 그래보자. 하고 쉬면서 물리치료를 받는 중이다.

여기서, 한 가지!

<독일에서의  병가>

1. 산재

: 즉, 일하는 중에 다쳤을 경우는 보통 다니던 가정의학과를 가면 진료를 받아주지 않는다.

Arbeitsunfall(근무 중이나 출퇴근길에 다쳤을 경우에 해당하는 사고(여기서  '출퇴근길'은 중간에 다른 볼 일을 보지 않은 순전히 '집 - 근무지'길만 해당된다.

중간에 장 보러 들렀다가 가는 길이었다면 해당되지 않는다. 의료비가 안 드는 독일에서 이 부분의 차이점은 산재일 경우 좀 더 특별한 대우다. 가령 대기시간이 길지 않은 MRI라든가. 보조기기를 본인 부담금이 전혀 없이 받는다던가 하는)) 은  진료부문에 D-Arzt라고 쓰여 있는 병원에 가야 한다. 아무리 아파도 그런 경우는 일반 병원에서는 진료를 해주지 않으니, 급할 경우는 응급실로, 그렇지 않은 경우는 D Arzt라고 씌여진 병원(일반 병원이지만 이걸 함께하는 병원)을 찾아가야  산재 진료를 받을 수 있다.


2. 병가일 때

의사의 진단서를  제출하고 6주 동안은 회사에서 정상적인 급여를 받는다. 병가가 6주가 초과되면 월급이 닌, 의료보험회사에서 대략 월급의  60-80%에 상당하는 금액을 받는다.

단, 의료보험회사에서 오는 편지에 설명과 답변을 해서 꼬박꼬박 잘 보내야 한다.


그래도 지금은 시간이 제법 지나 어느 정도 걷기에  무리가 없을 즈음이 되었다.

듣자 하니 우리 동네에 큰 아시아마트가 생겼다고 한다.

지인의 차를 얻어 타고 마실 삼아 나섰다.

시내 한복판의 백화점 지하. Edeka라는 독일 슈퍼와 나란히 큰 자리를 차지한 Go Asia. 그러고 보니, 카쎌에서도 Galeriakaufhof라는 이 백화점 지하에 이 아시아슈퍼가 있었다. 이 백화점과 계약을 맺었나 보다.

이렇게나 많은 한국식품들이 진열되어 있다니...

독일에서 24년을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뭔가 살짝 감격스러웠던 첫 방문.

마음이 뭔가 안정이 되었다. 언제든 쉽게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심적인 안정감. 아마 외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마음이지 싶은데 말이다.

그리고,

무려 메로나라니...

아시아마트에서 한국 아이스크림을 만나는 날이 올 줄이야...

그래서 오늘은 분식.

독일에서의 분식은 특식인데...

자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먹기도 전부터  배가 불렀다. 이렇게, 추가된 소확행~

집에서의 요리가 좀 더 풍성해질 듯하다.

물론 당분간은 큰 아들의 손을 많이 빌릴 예정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며칠 전에 딱 떨어진 김치를 담갔는데, 거의 아들이 다 했다. 가르친 보람이 있다.

쉬는 동안 다 가르치고, 한동안 받아먹어 볼 생각이다.

생각하니,  벌써부터 신이 난다.

작가의 이전글 어차피, 식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