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융이라고 불립니다 May 31. 2024

한글공부

모국어가 한글임이 감사하다

요즘 새삼스레 한글 공부에 열심인 둘째 아들이 잘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번역기를 돌려 직역한 단어들이 맞냐고 묻는다.

가끔, 직역을 하면 엉뚱한 단어가 나오기도 해서 이상하면 물어보라고 했더니, 책을 읽다가

"엄마"

"엄마?"

"엄마!"

하면서 10번도 더 부른다.

"엄마, '직급'은 왜 '지끕'이라고 발음이 돼요?"

"응? 받침이 자음이 있고  다음에 자음이 와서 그런가?"

"엄마, 근데 '조건'은 왜 '조껀'이라고 해요? 받침도 없는데?

그리고 '보건'은 그냥 '보건'이라고 하잖아요."

"어? 그러게 왜 그렇지?" 예리하다.

된소리? 격음화? 으아... 뭐지?

언젠가 국어시간에 배운 것 같긴 한데, 한국 사람이 "아, 이럴 때는 이렇게 발음해야 되지." 이러면서 말하는 사람이 어딨겠는가. 다 그냥 말하는 대로 하게 된 거지.

비록 한국어교원자격증을 위해 사이버대학의 한국어학과공부를 시작하게 된 나지만, 아직 설명을 할 정도로 가르치는 수준은 아니고,

언젠가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날을 기대하며 공부하는 중이긴 해도 아들의 질문들이 날카롭고 어렵게 느껴진다.  

정신이 번쩍 난다. 그렇지. 외국인도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일단 아들의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공부를 해보기로 한다.

급히 네이버에서 검색해서 보는데...

, 어렵다. 과연 옛날에 이런 것들을 공부해서 시험을 쳤나. 싶을 만큼.

글로 아무렇지도 않게 글을 쓰는 내가 참 대견하고도 감사하고...

진심으로 깊은 감사가 우러나는 요즘이다.


발목 골절로 인한 오랜 병가 끝에, 학교를 그만두고 한국에서 침을 맞으며 회복을 한 후 그동안 여러 가지 삶의 변화가 있었다.

"나는 한국어를 잘해." 라며 독일 아이들에게 뽐냈던 기량을 더 뽐내며 KBS의 우리말겨루기에 참가해 1등은 아니어도 그래도 면이 좀 서는 2등을 했고(물론 어이없는 오답에 흑역사가 될 영상도 있지만)

덕분에 할머니, 엄마, 내 오랜 절친, 둘째 아들이 함께 나오는 영상을 추억으로 남겼고, 한글학교 우리 반 아이들의 응원 영상도 추억으로 남았다.

사이버대학교의 한국어학과의 편입생이 되었으며,

통역과 가이드 일도 시작해 보게 되었다.

둘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아이들을 다 키운 셈이 되어  이제 인생 2막이라고 공언했는데, 말대로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공모전을 위해 글 쓰는 시간들을 가지고 있는데, 오랜만에 설렌다. 이번에는 정말 내 글들로 도전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주 예전에 썼던 글들을 이어가려고 오랜만에 꺼내어 읽다가 더 쓸 생각은 않고 그저 재밌게만 읽다가, 중단이 된 부분에서  아 궁금한데... 하면서 더 쓰지 않았던 나를 나무랐다.  

내 글을 내가 재밌어하는 건, 나만 재밌어하는 걸까? 다른 사람도 재밌을 이야기일까? 궁금하다.

자기 찾아온 쉼의 시간들에 조급해지기도 했지만, 뭔가 다른 일상을 산다는 게 설레고 기대된다.

일단 다음 주로 찾아온 기말고사부터 끝내놓고... 브런치도 고정적으로 쓰는 작가가 되어보자!

그래, 인생 2막 시작~

      동이 트는 새벽, 기차를 기다리는 것처럼...

작가의 이전글 독일, 한번 가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