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논란과 영상과 편집의 세련됨은 차치하고서, 그저 나는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외국 사람들의 한식 취향과 그들의 후기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해서 챙겨본다.
대부분 맛있다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취향이 아닌 것은 냉철하게 No!라고 하며 그들의 느낌들을 피력하는 부분들은 특히 유심히 새겨듣는다. 듣다 보면, 그래 처음 먹는 사람으로서는 저런 부분들이 생경할 수도 있겠구나. 하며 고개가 끄덕거려지곤 한다.
그 채널에서 제공하는 한식은, 제한이 없이 맘껏 충분한 재료로 만들어지기에 사실 한국에서 파는 것과 똑같고 기업의 협찬도 있어서 내가 하는 것과는 비교할 거리가 안 되지만 그래도 외국에서 먹는 한국 음식이라는 공통점으로 자주 재미있게 보는 편이다.
방학이 끝나고, 안 그래도 김밥을 한번 해야겠지? 생각하는데 막스가 묻는다. 언제 김밥이 나오냐고...
내친김에 내일이나 모레? 하고 말하니, 예쓰! 하면서 신나게 걸어간다. 2년 동안 키도 크고 나이도 먹었는데 아직도 김밥 사랑은 여전하다. 순간 걱정이 되는 일이 있었다. 새 학기라 초반이라 부모님들이 새 학기 급식 등록을 제대로 하시지 않아서 급식 칩이 에러가 나는 아이들이 많았다. 규정상 3일 정도의 유예기간을 주고 더 이상은 급식이 나가지 못하도록 지침이 내려와, 학교에서도 부모님들에게 공지를 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일주일이 다되어가도록 아직도 작동되지 않는 칩때문에 동료인 Ev가 일일이 수작업으로 이름들을 회사에 보냈는데, 회사에서 제재가 심했나 보다. 어쩔 수 없이 그다음 주부터는 칩이 안 되는 아이들은 급식이 못 나가게 지침이 내려졌다.
막스의 칩도 며칠 동안 안 되었다. 아,,, 김밥 나가는 날 막스가 못 먹게 되면 엄청 슬퍼할 텐데? 하며걱정이 되었다.
약속을 한지 이틀이 지나 김밥을 한 날... 딱 그날, 다행히 막스의 칩이 제대로 되기 시작했다. 나도 안도의 숨을 쉬고 막스도 예쓰! 를 외치며 신나고 당당하게 김밥을 3줄이나 먹었다.
밥을 못 먹는다는 것에는 마음이 온통 쓰인다. 내가 워낙에 감정적인 면이 많지만, 특히 밥과 아이들에 대해서는 더 그런 거 같다.
한국 아이들이 많아서, 밥이 잘 되는 것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 오븐이 좋기는 하지만, 다른 메뉴들이 있기에 같이 한 오븐에 들어가야 하는 경우들이 많아서 밥만을 위한 최적의 온도를 설정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내가 수차례 실험해본 결과 콤비로 습도 100프로, 온도 165도에서 25분이 밥이 딱! 맛있는 설정인데, 다른 메뉴들로 찜등의 다른 설정이 들어가면 밥이 떡질 때가 많았다.
전날 한 밥이 남았을 때, 그다음 날 하는 것이 볶음밥이다.
김밥 다음으로 아이들이 잘 먹는 메뉴다.
볶음밥을 딱 한식으로 정의하기는 그렇지만, 어쨌든 한국에서 잘 먹는 밥이고 독일식은 아니니 큰 카테고리로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한 밥이 아닐 경우는 떡짐 현상이 더 심하지만, 그럴 때도 다음날 이 밥을 소진해야 하기에 여러모로 생각해 다른 것들도 해본다.
떡진 밥으로 해본 참치마요 삼각 밥.
역시, 떡진 밥은 수습이 어렵다... 영, 맛이 아니었어서
얼른 밥 강정으로 전환. 다행히 잘 나갔다.
잘 나간 건 사진이 없다. 찍을 시간이 없다...
볶음밥의 재료도 그때그때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하는데, 맘 같아서는
파 기름을 내서,
베이컨을 볶고,
당근 감자 고기를 넣고,
간장과 굴소스로 간을 해서,
반숙 달걀프라이를 얹고 내고 싶은데,
현실은...
있는 재료로...
그리고 요리의 최종 온도가 적정선을 넘어야 해서(규정상) 더 푹 익혀야만 한다. 그리고 달걀은 반숙은 절대 안 된다.
오늘은 아예 내가 다른 메뉴들이 오븐에 들어가기 전부터 일찌감치 밥을 했다.
쌀과 물도 1:0.9로 맞춰서 넣고, 뜸도 들였다. 그리고 꺼내서 휘휘 저었다(양이 워낙 많아서, 얼른 젓지 않으면 아래쪽은 떡이 된다)
"밥이 맛있다는 소문 듣고 왔습니다"
밥은 쌀이 늘 이상하다며 잘 안 먹는 K가 J로부터 오늘 볶음밥이 맛있다고 얘기를 듣고 받으러 왔다. J는 나중에 밥이 진짜 맛있었다고 나에게 와서 말을 해줬다. 역시, 우리 한국 애들은 안다. 심혈을 기울여 밥을 한 보람이 있다.
이날 막스는 볶음밥만 3번을 받으러 왔다.
날이 추워져서... 국물 생각이 났다.
내 맘 같으려나? 생각하며 만들어본 수제비.
국물을 데워놓고, 수제비 건더기는 따로 뒀다가 퍼지지 않게 배식할 때 넣어줬다.
처음에는 칼국수를 하려고 했는데 밀대가 없어서, 아쉽지만 수제비로~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하지만, 국물내기가... 다시마와 멸치는 당연히 없으니 간장과 마늘가루와 치킨스톡으로 우짜든 동 맛을 내야 하는데, 우리 주방의 간장은 너무 달았고 오늘은 파도 없었다. 양파와 호박과 계란과 김으로 얼버무려봤지만, 오늘 국물은 실패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