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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하게 접하게 된 생산관리

우연한 기회에 좋은 분을 모시고 접하게 된 생산관리라는 업무에 대해

by SCM Facilitator

조금 있으면 대기업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3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상당한 시간을 하나의 회사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이겨내 온 세월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긴 세월에 대해서 여기에 흔적을 조금씩 조금씩 남겨 보려 합니다.


가난한 시골에서 자란 저는 당시 국민학교라고 불리는 시절부터 부모와 형제들의 기대를 받고 자란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나름 공부도 좀 했다고 생각하고 대학도 지방 국립대를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학교별로 대학교 과사무실로 대기업의 원서가 몇 장씩 뿌려지던 때였는데

우연히 같은 과친구로부터 대기업의 원서를 받게 되었지요. 본인은 관심이 별로 없다고 했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이어주도록 한 은인인 것이죠.

어찌 되었든 저는 그 회사에 원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별로 볼 것도 없는 저는

다행히 합격하였습니다.

대학 4학년 1학기에 대기업 입사 확정이라는 특혜를 받은 나는 한껏 자유를 누리며 학교 생활을 마무리했고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입사해서 하던 업무는 기획관리팀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원가관리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솔직히 대학교 때 가장 자신 없던 과목이 재무관리, 회계관리 뭐 이런 쪽이어서 딱히 자신감도 많지

않았는데 그런 업무를 맡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대기업이었지만 회사가 신생사업이어서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야근, 특근을 다반사로 하게 되니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지쳐가고

피폐해져 갔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뭔가 좀 빠르고 쉽게 일을 처리하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을 참 많이

했던 시절이기도 해서 대학 다닐 때보다 오히려 더 많이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퇴근 후에는

독서실에도 자주 들락날락하고 엑셀과 PPT도 열심히 익혀서 웬만한 함수를 사용해서 리포트를

뚝딱뚝딱 잘도 만들어 냈습니다.

같은 회사 선배님들이 다들 대단하다고 한 마디씩 했습니다.


제가 좀 실력발휘를 좀 했었는데 그중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였던가 봅니다.

손익 산출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재료비 산출을 해야 하는데 수율을 입력하는 과정이 참

우스꽝스러웠습니다. 두 사람이 컴퓨터 1대 앞에서 한 사람은 공정부서에서 전달해 준 월별, 모델별

수율 목표계획이 적힌 자료를 프린트해서 들고 다른 한 사람은 컴퓨터를 보면서 프린트한 수율 Data를

보고 옆에서 불러주면 숫자를 열심히 타이핑하며 수율을 종이에서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충격은 그다음입니다. 사업계획 짜는 건 한 번에 안 끝나거든요. 보통 8~9월에 시작해서 12월에나

최종 마무리가 되거든요. 그 긴 기간 동안 사업계획을 수립하니 보고도 여러 차례 있을 것이고

보고 후에는 다른 조건과 변화가 생기면 Simulation이 필요할 때가 있는 데 대표적인 예가

수율이 5%가 오르면 재료비가 얼마나 다운되는지 한번 계산해 보라고 하면 난리가 났지요. 얼굴이 사색이 됩니다. 그 많은 숫자를 하나하나 +5%로 바꿔줘야 하니까요.


Key값이 바뀌면 어떻게 최종 Report가 바뀌게 되는지 엑셀 파일에 변경할 값을 입력하면 Report가

바로 바뀌게 끔 만들어 버렸습니다.

엑셀에서 속칭 Copy & Paste 하면 계산이 딱 되게끔 함수를 총동원하여 재료비

계산 파일을 만들었습니다. 다들 놀래더군요. 몇 사람이 할 일을 해냈다고요.

지금이야 너무나 쉬운 것으로 비치겠지만 당시는 회사에 노트북이 없었던 시절일 뿐만 아니라

사무실에 데스크톱 컴퓨터가 3~4대가 있었고 이 마저도 공용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잘 보였는지 부서의 필요에 의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생산관리부서에서 저를 와달라고

하는 요청이 있어서 저는 부서 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부서로 옮기고 나서 사업계획 수립을 중심업무로 하고 틈틈이 생산계획을 수립하고 실적관리 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시절을 맞게 되었습니다.


기획관리팀에서 수익성분석이나 재료비를 계산하는 생산과 동 떨어진 업무를 하다가 생산과 연관된

업무를 해보니 좀 여유를 맛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생산관리의 기본을 좀 습득하고 그 이후의 제 역량발휘의 토대가 된 시절이었습니다.

기획관리팀에서 훈련된 PPT 보고서를 만드는 Skill, 빠른 계산을 가능하게 한 엑셀 실력, 기획관리 +

생산관리의 경험 등이 어우러져 어느덧 신입의 때를 씻어내게 된 것 같습니다.


당시 직장 내 허리라 불렸던 대리시절은 정말 두려울 것이 없던 창창한 앞날이 펼쳐질 것만 같았습니다.

신생 사업이라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들이 많은 공장의 생산관리는 말 그대로 다방면에 뛰어난

인재여야 하며 타 부서의 어려움을 손수 발 벗고 나서야 하고 희생정신을 발휘하여야 하는 마당발

소유자였으며 업무에 있어서 전체 통솔을 해야 하고 결과를 윗분께 보고해야 하는 숙명의 업무였습니다.

시스템도 없고 프로세스도 없고 매뉴얼도 없던 시절! 말 그대로 몸으로 때워서 해내야 하는 시절!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많은 것을 배웠고 졸지에 많은 역량을 갖춘 인재로 인정받게 되는 시절이었습니다.

또 한 번 제 역량이 Jump-Up 되는 시기였습니다.


점점 더 저의 시야는 넓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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