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매년 평가를 받게 됩니다. 1년 동안 해왔던 일들에 대해서 상사들에게
평가를 받는데 목표대비 실적이 어떤 지에 따라서 S, A, B, C, D 등의 등급으로 평가가 되고
이 평가를 통해서 내년도의 연봉인상이나 인센티브가 좌우됩니다.
이 평가를 받겠다고 내세우고 상사와의 합의를 통해 인사 시스템에 등록하는 지표를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라고 합니다.
생산관리라는 업무를 담당한 지 몇 해 안되었을 때는 무슨 지표를 설정하든 낮은 수준을 잡아도
달성이 되기 힘들었습니다.
생산계획달성, 출하계획달성, 재고목표 달성 등 아주 기본적인 지표도 목표 달성이 힘들었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관련부서에 공유를 한 다음 날 영업에서는 판매계획이 바뀌었다며 생산계획을
조정해 달라는 부탁 전화가 오기 다반사였고, 제품 출하는 월초에는 개점휴업과 같이 없다가
월말이 다가오면 썰물처럼 빠져나가서 비행기로 출하하는 우리 제품은 비행기 잡기가 여의치가
않을 정도였습니다.
월초와 월중에는 그 달의 생산과 출하/매출에 대한 예상을 Simulation 합니다. 이번 달에는
무슨 제품이 얼마나 만들어지고 무슨 제품이 얼마나 출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지요.
재무부서나 경영관리부서에서는 그 자료를 가지고 이 달의 매출과 손익을 산출하고
상부에 보고를 하게 되지요.
그 출하/매출계획을 경영관리에 공유하고 난 이후로는 어떻게든 맞추기 위해 출하가 언제
되는지 영업에 물어도 보고 확실히 가져갈 것인지 전화로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월말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출하가 미뤄지면서 점점 마음속에 초조한 마음이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제품이 비행기에 실렸는지 안 실렸는지가 매출의 기준이기 때문에 공장에서 늦게
트럭이 출발해서 비행기 시간을 못 맞추는 경우도 상당히 많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므로 월말로 점점 밀리게 되면 트럭 잡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트럭에 제품을 제때
실어 내는 것도 시간 싸움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그 조용한 월중에는 아무 일도 없이 시간만 보내다가 월말이 다가오면 헐레벌떡 정신없이
제품창고에 천장 높은 줄 모르고 쌓아 놓았던 재고를 비워냅니다.
어떤 지역으로 출하하는 제품은 몇 시 비행기이고 어떤 지역으로 출하하는 제품은 몇 시
비행기이고 그러니 이 제품이 먼저 트럭에 실려야 하는데 엉뚱한 트럭이 먼저와 있어서
그 트럭에 제품을 싣고 있어서 한시가 급한 트럭은 제품을 싣는 시간이 속절없이 뒤로 밀리고 맙니다.
결국은 포워더에 제발 마감시간을 연장해 달라고 하고 트럭기사분에게는 초스피드로 인천공항까지
달려가 달라고 신신당부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말에는 결국 마지막날까지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제품이 생기게 되고
결국은 매출이 차질 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생산관리 담당자인 저는 매출을 펑크 낸 것이 되어 스트레스와 챌린지가
상당했습니다. 덕분에 월별로 세워 놓은 저의 KPI는 달성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패턴들이 지속되고 몇 년 후 이 행태를 저보다 먼저 그런 현상을 경험하신 분이 KPI를
출하계획 달성율이 아닌 3 순기 출하율로 바꿔 보라는 지시를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1개월을 1 순기, 2 순기, 3 순기로 나누고 순기별로 출하 수량을 집계하되 순기별 이상적인
출하수량의 비율은 3:3:4이니 3 순기 출하율 목표를 40%로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청천벽력이었습니다.
매달 60% 이상의 재고가 월말 7일간에 몰려 출하가 되고 있는데 1,2 순기 안에 60%를 출하하라니
정말 어려운 목표이기도 했습니다.
과연 이 목표를 달성할 수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