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학교폭력이 이슈지요. 저로서도 중학생 때 같은 반의 친구가 저를 괴롭혔던 기억이 희미하게 있습니다. 어머니와 선생님의 중재로 그냥저냥 잘 넘어갔었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그냥저냥 넘어가는 것이 하나 없는 무서운 세상이 되었죠. 덕분에 변호사들은 좋기는 합니다만, 무엇이 맞는 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비가 대차게 쏟아지는 여름날 인천 학교폭력 심의위원회를 다녀왔습니다. 인천시 학교폭력 심의위원회는 인천광역시교육청 학교지원단 에서 열리는데요, 인천 그랜드 cc 옆에 공장들 많은 곳이라 약간 생경했네요. 주지원단 안에 주차 시설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하나 그 주변 길가에 주차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가해자 측에서 학교폭력 심의위원회(위원회 라고만 하겠습니다)가 열리게 되면, 언제 출석하라는 통지를 받게 됩니다. 그 통지에는 피해자 측이 주장하는 피해사실이 요약되어 적혀 있어, 최소한의 방어권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거기 적혀 있는 사실만 물어보는 것은 아니라서 대응이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주의하셔야 할 것은 위원회는 통상의 수사절차나 재판절차와 달리, 위원회 당일에 심의가 끝나고 처분결과까지 도출되기 때문에 위원회에 참석 후에 의견을 진술하거나 서면으로 제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위원회에 처음 출석하시는 변호사님들도 필수적으로 아셔야 합니다. 더욱이 위원회에 참석하는 변호사에게 발언권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제한되기 때문에요!
사실 변호사 입장에서 학교폭력위원회는 경찰 조사나 검찰 조사보다 더 힘들고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경찰 조사나 검찰 조사는 엄청나게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형사소송법이 피조사자의 권리와 변호사의 권리를 매우 강력하게 보호하는 반면, 학교폭력위원회 위원분들은 물론 매우 고생하시지만 형사소송법상의 무기대등의 원칙, 무죄추정의 원칙,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 조사를 받는 사람에게 어느 정도는 보장되어야 할 권리는 거의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인상을 종종 받기 때문입니다.
물론 학교폭력위원회의 역할이 경찰 수사관이나 검사의 역할과는 다르다는 측면에서는 공감하지 않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위원회에서 미성년자인 당사자에게만 유도신문에 가까운 질문들을 하고 그 질문에 반박하거나 대응방법을 코치해 주려고 조금만 하여도 변호사에게 강력하게 제지를 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버린 위원회의 모습에는 자못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특히 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형사 절차와도 연관될 수 있는 경우에(폭행, 상해, 감금 등) 가해 학생과 변호인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지요.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학교폭력심의위원회 준비과정에서의 변호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 집니다. 제도가 미흡하고 권력이 강할수록 그 반대급부에서는 준비가 필요해지는 거죠.
학교폭력 사건은 가해 당사자들이 여러 명인 경우가 많다는 점, 가해자들의 이해관계가 각자 다를 수 있다는 점, 뚜렷한 증거가 거의 없는데도 피해학생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쉽다는 점 등에서 대비하기 쉽지 않은 사건입니다. 쉽게 생각하지 마시고 꼭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