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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변 Jan 07. 2024

변호사의 휴대전화 딜레마

업무폰을 사? 말아?

변호사에게 휴대전화는 때때로 저승사자보다 무섭다. 막다른 곳에 몰려 있는 의뢰인들을 고객으로 상대하는 일인 만큼, 주말이건 밤이건 시도 때도 없이 카카오톡과 전화이 울린다. 퇴근 후에 전화 응대한다고 월급 더 받는 거 아닌 월급쟁이 변호사들 입장에서는 평일 밤, 주말에까지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게 이만저만한 스트레스가 아니다. 정통 변호사 일을 그만두는 변호사님들 중 대부분이 이런 고객 상대 스트레스를 이유로 든다.


직장인이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지 않은가. 업무 연락이 온다는 것 자체가 휴식을 방해하고 때로는 삶의 의지마저 꺾어 버리기도 한다는 것을.


한편 거액의 돈을 주고 변호사를 선임한 의뢰인들은 주말이건 밤이건 연락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도 사실이다. 사실 그래서 대표(사장) 변호사들은 고용한 직웤 변호사들이 주말, 밤의 연락에도 친절하게 응대하기를 내심 바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놓고 그렇게 얘기하면 사실상 근로를 시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속으로만 생각할 뿐. (??? : 그럼 야근수당 주시던가요)


연락을 그냥 안 받아 버리면 되지 않냐고 하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맘처럼 그렇게 되지 않는다. 정말로 급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갑자기 경찰에 체포를 당할 수도 있고(정말로), 법정 기일을 지키기 위해 급박하게 연락을 해야 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1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일들이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변호사들이 주말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확장이전한 사무실. 다음 편에는 이사 이야기를!




내가 월급 변호사일 시절에, 내가 다니던 회사는 '업무폰'을 하나씩 지급해 주고 그 업무폰을 퇴근할 때 집에 가져가지 않아도 대표님이 뭐라고 하지 않으셨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내 개인 폰에는 의뢰인들의 전화번호도 없었다.  


아직 신입 물을 못 빼고 있을 때에는 행여나 급하게 나를 찾는 고객들이 있을까 업무폰을 집에 가져가기도 했다. 굴비를 매달아 놓은 자린고비처럼 힐끔힐끔 쳐다보는 스트레스가 굉장했다. 이내 업무폰과의 동거는 자연스럽게 그만뒀다. 그러다 보니, 퇴근 후에는 일과 업무를 완벽하게 분리할 수 있었다.




내 사무실을 개업하고 사장이 되고 나서, 업무폰을 만들까 고민이 시작됐다. 사실 대표 변호사 입장에서, 밤이든 주말이든 의뢰인들의 연락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굳이 업무폰을 만들어야 하나 고민도 있었다. 어차피 연락 받을 거면 무겁게 폰을 두개씩 들고 다녀야 되는지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업무폰을 만들면, 내 개인적인 공간을 좀 더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다. 개업 이후 일과 업무가 점점 더 분리하기 어려워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숨쉴 구멍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민 끝에 갤럭시 A34 를 쿠팡에서 주문했다. 왠지는 잘 모르겠지만 속이 뻥 뚫린 기분. 사고 나니, 의뢰인 분들과의 연락을 깔끔하게 한 눈에 볼 수 있어 업무효율이 많이 올랐다. 사길 잘했다. 아무 데나 전화번호를 공개해도 좀 덜 꺼림칙한 것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장점.




삶이 암초를 만나면 언제든 010-7423-6090 으로 황변을 찾아주세요. 물론 업무시간 중이면 더 좋겠지만요. 아시잖습니까, 사람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잖아요?언제든 힘닿는 데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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