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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Nov 28. 2022

워킹맘들의 도쿄 여행

워킹맘 다이어리


동생과 도쿄로 여행을 다녀왔다. 동생은 다음 달이면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을 하게 된다. 아이를 낳은 후 한 번도 여행을 간 적이 없다. 나 또한 코로나 이후 처음 가보는 해외여행이다. 우리 둘 다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기 때문에 코로나 백신은 맞지 않았다. 그래서 여행 전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다.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는 상태였던지라 삶의 모든 의욕이 사라져 있었고 여행이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동기가 되었으면 하면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덕분에 아이 둘은 남편과 시댁이 돌아가면서 맡아주시기로 했다. 여행을 가 있는 동안 둘째 아이가 먹을 이유식도 냉장고에 수북이 쌓아놓고 여행 가면 채워 넣을 생각으로 빈 캐리어를 들고 여해를 떠났다. 


결혼 전에는 가장 좋아하는 것이 일본 여행이었다.  왜냐면 아기자기한 것이 많은 일본을 구경하는 것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도 결혼 전처럼 아기자기한 것을 구경하는 여행이었다. 결혼 전과 조금의 차이가 있다면 길을 지나가다 만나는 아이들을 보면 내 아이들이 생각난다는 것. 가족들을 보면 우리 가족이 떠오르는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나의 여행을 방해 요소는 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가족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가장 좋아했던 마음 그대로 즐겁게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 여행을 다니는 동안에는 우울증 약을 먹지 않았다. 우울증 약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을 것처럼 즐거웠다. 


그렇지만 한국에서의 상황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남편도, 어머님도, 아버님도 아이 둘을 케어하는 것이 버거워 보였다. 선물을 사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던 남편에게 어떤 선물을 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여행하는 동안 매일 밤 남편에게 편지를 썼다. 즐거운 하루를 마무리하다가도 힘들게 아이들을 돌보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면 함께 사는 고마움을 전했고, 동시에 아이들을 돌보던 그동안의 나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상기했다. 나의 부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육아 효능감을 찾기도 했다. 여행을 마무리할 때쯤에는 전보다는 훨씬 내 삶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효능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한국에 돌아갔을 때는 다시 전처럼 우울해졌다. 우울증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우울감이 사라졌다. 할 수 있을까 라는 마음이 매일 또 나를 찾아왔다. 나는 달라진 게 없었지만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마음은 조금 달라진 것 같았다. 남편에게 1년에 한 번씩은 동생과 일본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6개월에 한 번씩 다녀오라고 했다. 다음 달부터는 정상 퇴근을 할 수 있게 남편이 나 대신 조기퇴근을 하기로 했다. 나의 우울증을 이해하고 싶다던 남편은 나의 상황을 조금 이해한 듯했고, 어머님 또한 일을 하며 아이를 돌보는 나의 마음을 전보다 더 이해해주시고 앞으로 힘들면 자주 자신을 찾아오라고 해주셨다.  


일을 하면서도 완벽하게 아이 둘을 돌보고 살림도 깔끔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힘도 세고 야무진 워킹맘이다. 나는 산후우울증에 걸린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고되게 생활했던 것이다. 하루에 3천 보도 걷지 않던 일상이지만 일본 여행 기간 동안에는 하루에 3만보를 걸었다. 나는 하루에도 3만보를 걸을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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