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제가 부족한 탓이에요
계약금까지 다 받고 출판 계약 해지 한다고 하면 엄청 화나고 억울해하는 글일 거라고 예상할 수 있는데, 애석하게도 전혀 아닙니다. 네, 말 그대로 출판계약을 했던 출판사로부터 계약해지 연락을 받았습니다. 출판사 측에서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하네요. 계약금도 뱉어내야 합니다.
"다 제가 부족한 탓이에요. 죄송해요."
출판사 대표님에게도 그리 말씀드렸습니다.
대표님은 다른 원고가 있으면 보내달라고 하셨지만, 그런 말을 또 하면 출판사 대표님이 불편해하실걸 알면서도 저는 또 제 부족함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말만 관성적으로 되풀이했습니다. 대표님은 그런 제게 "부족해도 계속 세상에 내보내야 무엇이 부족한지도 아는 거"라고 하셨어요. 그 말이 너무 또 어른의 말이라서 또 죄송했습니다. 역시 저는 너무 부족하네요.
이번 출판이 어그러진 것이 비단 제 원고(동생과 함께 쓴 것이라 우리의 원고지만, 역시 부족한 것 제 탓이 맞는 것 같은데 여하튼), 제 원고만의 문제가 아니라, 단독출판이 아닌 기획출판물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기획출판물로써 결도 잘 맞지 않았고, 원고의 특성상 트렌드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몇 년 전에 쓴 원고 그대로 갈 수만도 없었습니다. 네, 그게 우리 원고의 부족함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그 부족함을 이해하고 있다는 인지조차도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부족한 것 투성이인 저를 계속 세상에 내보내야 합니다. 우리 모두 한 없이 부족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온 것처럼요. 근데요. 이제는 너무 지겨운 겁니다. 저는 저의 부족함이 너무 지겹습니다. 그래서 부족함을 세상에 전시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덜어내야 돼, 서영아."
계약해지 전화를 듣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친한 언니가 그리 말해줬어요.
'나도 아는데, 덜어내야 되는 거 아는데. 덜어내기 싫다.' 그냥 그 마음으로 계속 살았던 거 같아요, 지금까지. 부족한 저를 있는 그대로 전시해서 세상이 알아주든 말든 계속 까발려서 그냥 스스로에 취해서 살면 되지 않아? 그런 객기 비슷한 걸로 계속 살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리 살아도 하등의 문제는 없습니다만 저도 이런 제가 지겨운데, 주변 사람들은 이런 제가 얼마나 지겨울까요.
저는 계속 저의 부족함을 세상에 전시할 것입니다. 사실 계속 그 곤조대로 살아왔습니다.
근데요. 요즘에는 그 부족함을 이제는 다듬어주고 떼어낼 건 떼어내 주고 그렇게 예뻐해주고 싶습니다.
그 부족한 저를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말고, 객기, 오기 부리지 말고. 계속 어떻게 해야 개선될 수 있는지 머리를 좀 싸매서 다듬어볼게요. 노력해 볼게요. 그런 의미에서 제 부족함에 대한 피드백은 언제든 괜찮습니다. 해주세요. 다만 상처받을 수 있으니 안 아프게 살살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