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한독의약박물관
한독의약박물관 국제전시실에는 기괴한 그림이 있습니다. 심각한 복부지방의 한 사내가 생선 요리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죠. 그런데, 이 사내의 몸속에는 소인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사내의 모습은 일본인 같은데 몸의 체형을 보면 낯설지가 않네요. 그런데 이 사내의 몸속을 들여다보면 작은 소인들이 있고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 소인들을 과연 무슨 일을 바쁘게 하고 있는 걸까요?
이 유물은 일본에서 제작된 <음식양생감>이란 그림입니다. 이런 그림을 일컬어 우키요에(浮世絵)라 하는데, 우키(浮世)란 덧없는 세상, 속세를 뜻하고 에(絵)는 그림을 말합니다. 우키요에란 바로 세속의 풍속을 그린 그림을 말합니다.
<음식양생감>은 1850년경 우타가와 쿠니사다(歌川国貞)란 우키요에 화가가 그린 그림으로 추정됩니다. 그림의 서문에는 ‘병은 음식을 과식하고 술을 과음하는 것에서 생긴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필요 이상의 음식을 경계하는 내용이 쓰여 있습니다. <음식양생감> 그림의 남성 몸속에는 인체의 장기와 소인(小人)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함께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 속의 소인들은 신체 내 장기가 움직이는 모습을 사람의 형태로 의인화한 것입니다.
폐 부분을 보면 소인들이 허파 폐(肺)와 숨 쉴 식(息)이라는 한자가 쓰여있는 부채를 들고 부채질을 하고 있습니다. 폐에서 일하는 소인들은 부채질을 너무 해서 팔이 아프다면서 쉬었다 하자며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폐 아래로는 음식도(飮食道)와 음식문(飮食門)이 있는데요, 보따리를 뒤에 지고 있는 사람들이 음식도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 마치 식도에서 음식물이 내려오는 것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 아래에 음식물의 소화와 흡수를 담당하는 소화기관인 비장(脾), 위(胃), 간(肝), 쓸개(膽), 소장(小腸), 방광(膀胱), 신장(腎), 대장(大腸) 등의 기관에 그려진 소인들은 남성이 과식, 과음해서 자신들이 바쁘게 일할 수밖에 없다며 푸념하면서 일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폐에서 일하는 소인들은 쉬었다 일하자고 하는데, 소화기관은 바빠서 쉴 수가 없다며 말하는 모습이 서로 대조적입니다.
이처럼 <음식양생감>은 인체 장기에 대한 구체적인 해설과 함께 인체의 장기가 하는 일을 의인화하여 알기 쉽게 표현한 그림입니다. 과식과 과음을 피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란 점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