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배뚱뚱이
최근 호흡기 감염병인 백일해가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확산세를 보이며 10년 사이에 가장 높은 유행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7월 29일의 질병관리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백일해 환자가 10만 명당 3,270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13명에 비해서 250배 증가한 수치라고 합니다. 조금은 생소할 수도 있는 질병인 ‘백일해’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 병이 왜 유행하고 위험한지 한번 알아보고자 합니다.
# 백일해 (百일백 백, 日날 일, 咳기침 해)
대개 우리가 알고 있는 병의 명칭은 서양의 병명을 일본에서 먼저 번역해서 들어온 것들입니다. 그런데 백일해는 이와 다르게 그전부터 존재해서, 과거부터 있던 명칭이 그대로 사용되는 병명 중 하나입니다. 백일동안 기침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 속칭화되어 지어진 병명이죠. 조선 세종 때의 향약집성방에서는 ‘한 달 안에 치료할 수 있다. 백 일이 지났는데도 기침을 하는 자는 열 사람 중 한두 사람은 낫는다.[月內可治, 百日外嗽者, 十中一兩人差]’”라고 적혀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 중앙연구원) 그만큼 오래전부터 알려진 질환이었던 것이지요. 현대 의학에서는 그람 음성균의 하나인 보르데텔라 백일해균(Bordetella pertussis)에 의한 감염으로 발생한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에 따라서 백일해가 확진이 되면 그에 맞는 적정 항생제를 복용하게 됩니다.
의사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병입니다. 진료로 익숙한 것이 아니라 시험에 익숙한 병입니다. 우선 의사 고시의 시험과목인 의료법규에서 외워야 하는 감염병 중 하나입니다. 법정 제2급 감염병 중 하나로 전파가능성을 고려하여 발생 또는 유행 시 24시간 이내에 신고해야 하고 격리가 필요합니다. 비슷한 2급 전염병으로는 결핵, 수두, 홍역, 콜레라, 장티푸스, 풍진 등 최근에는 예방 접종으로 많이 보기 힘들지만 간간히 뉴스에 나오는 병들이 있습니다. 또한 아래 소개해드릴 법정 필수 예방접종 질환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 10명 중 8명이 죽을 수 있는 병?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죠
위의 향약집성방 내용에서 보실 수 있듯이, 백일이 지났는데도 기침을 하는, 즉 병이 깊어진 사람은 10명 중에 1~2명만 낫는다. 다시 말하면 8명은 죽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 기침은 하나의 증상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지속적인 기침과 호흡곤란이 지속되게 됩니다. 극심한 감기에 걸려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그런 신체 상태가 10주(100일) 간 지속되는 것입니다. 특히,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를 기준으로 1) 카타르기(catarrhal phase) 1~2주 2) 경해기(paroxysmal stage) 2~4주 또는 그 이상 3) 회복기(convalescent phase) 1~2주에 걸쳐 장기간 증상이 돌아가면서 나타나게 됩니다. 카타르는 의학용어로 코/부비동/목에 콧물과 점액이 쌓이는 것을 말하는데, 이 증상이 주로 오는 시기이고, 경해기는 지속적인 기침, 안구충혈, 구토 등이 지속되는 힘든 시기를 지나야 회복기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 병이 특히 무서운 이유는, 영유아에게서 매우 치명적인 폐와 뇌 손상을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잠깐, ‘불러온다고 한다’ 참 애매한 말이지요? 솔직히 말씀드려 저는 병원에 근무하면서 백일해로 인한 중증이나 사망 케이스를 직접 경험해보지는 못했습니다. 법정으로 관리되는 필수 접종 중에 DTP 백신, 즉 디프테리아의 (Diphtheria) D, 그리고 파상풍의 (Tetanus) T, 백일해의 (Pertussis)의 P를 합친 백신으로, 대부분의 경우 이미 예방접종이 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설령 유행을 하더라도 5차 접종 (4~6세)과 6차 접종 (12세) 사이의 환아들에게서 생기며, 접종이 되어있어 위와 같이 100일 동안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정말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예전만큼 영유아에서 사망을 유발할 수 있는 (Life-threatening이라고 표현하는) 정도의 환아는 거의 보기가 힘듭니다. (아래 그림은 질병관리청에서 만든 카드뉴스입니다.
# 백일해가 급증하는 이유는?
코로나(COVID-19)로 인해서 모든 국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위생에 엄청 신경을 쓰던 시기가 벌써 2년이 넘게 지나갔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하는 저는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지내야 하긴 하지만, 마스크를 쓰던 기간 중에 감기와 기타 자잘한 감염질환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2022년 집합 제한 및 마스크 제한이 점차 풀리면서 2023년에는 감기와 수족구병이 급증했었고, 같은 맥락으로 다른 종류의 전염병인 백일해가 급증하는 것 ‘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백일해가 아예 없어졌던 병도 아닌 것이 2010년대 이후 3년 단위 유행이 주기적으로 있었고 2015년에 경남과 전남, 2018년에 경남을 중심으로 약 980명의 환자가 발생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 이 글에 첨부한 백일해 관련 카드뉴스가 질병관리청에서 4월에 발표된 것인데요. 사실 이렇게 정부에서 백일해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기 시작하면서, 백일해에 대한 검사가 급증한 것 또한 하나의 이유입니다. 특히 성인의 경우 백일해는 가벼운 감기정도로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고, 대개 5차와 6차 사이인 초등학생 연령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사실 백일해라고 검사를 안 했으면, 그냥 감기겠거니 하고 넘어갔을 텐데 백일해 검사를 받으면서 확진 숫자가 늘어난 것도 있습니다. 백일해에 걸렸다고 하면 치료는 정해진 항생제 투여를 기본으로 합니다. 가장 많이 쓰는 것이 Erythromycin (에리트로마이신)이라고 하는 세균에 듣는 항생제를 쓰는 것인데 기본이 14일 (2주)를 투여합니다. 그리고 추가로 증상에 대한 처방이 추가가 되게 됩니다.
# 백일해 백신 6차 접종 시기, 쉽게 잊을 수 있죠
백일해와 같은 감염 질환의 예방은 코로나와 동일합니다. 아래의 그림처럼 손 잘 씻고 증상 있으면 마스크 쓰고 하는 것이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또한 중요한 것이 백신을 잘 맞는 것입니다. 물론 어렸을 때 백신을 다 잘 맞은 성인이라면, 백일해를 위해서 접종을 따로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성인은 증상이 별로 없고, 백신을 추가 접종한다고 해서 가족에게 전파를 막는다는 증거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TDaP 백신 중에서 T라고 하는 파상풍의 경우는 간혹 성인에서도 접종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더러운 철제에 의해서 외상을 입은 경우 병원에 방문했을 때 Td (파상풍독소를 약독화 시킨 백신)을 접종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입니다.
제일 중요한 부분, 사실 저도 이번 포스팅을 위해서 공부를 다시 하면서 잊고 있었던 12세 6차 접종을 생각했을 정도로, 12세 접종은 잊고 넘어가기가 쉽습니다. 또한 12세는 이전 1~5차와 접종받는 백신이 조금 다릅니다. 위에 보시는 것처럼 DTaP이라는 이름의 백신을 맞는데 이 백신은 디프테리아와 백일해균의 항원량이 성인에 비해서 오히려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인에서는 항원량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 성분이 조금 다른 예방접종을 하게 되고 이것을 TDaP이라고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의 가족이 초등학교 6학년이나 중학교 1학년이라면, 접종 여부를 한번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