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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하 Dec 31. 2021

2021년 미술 전시 결산

고등학교 2학년 때였나, 영화 선생님께서 처음으로 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데려가셨다. 그날은 영화가 아닌 다른 예술 분야에 흥미를 느낄 수 있던 최초의 순간이었다. 특히 그 대상이 지레 겁만 먹고 어려워했던 ‘미술’이었기에 더욱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렇게 성인이 되고 전시가 바뀔 때마다 꾸준히 미술관을 찾아갔다. 처음엔 작품을 보는 것보다 전시 공간이 주는 안락함이 나를 이끌었다. 우울의 끝을 달리며 감정이 요동치던 스물에는 그냥 가서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나만의 아지트 같은 유일한 공간이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앞에 걸려있는 작품들에 시선이 가기 시작했다. 철사 하나 놓인 게 대체 무슨 의미인데? 이게 몇 억이나 한다고?라는 의심스러운 생각만이 가득했다.


그러다 점차 그림을 그린 작가의 사정이 궁금해졌고, 몇몇 작가의 생애를 찾아봤다. 미술 정규 교육과정 없이 마흔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여든이 넘은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작가,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도 자신만의 독창적 기법을 널리 알려 전위예술의 시작이 된 작가 등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자신의 삶의 분신이자 흔적처럼 남겨진 작가의 작품들이 달리 보였다. 소설을 읽으며 감정 이입을 하듯, 그림을 보면서 작가 당신의 삶에 들어가 나를 투영시켜보게 됐다.


물론 직접 펜을 쥐고 표현하는 것은 아직도 두렵지만, '미술에는 정답이 없다'는 건 미술관을 처음 가게 된 7년이 지나, 수많은 전시를 다니면서 얻은 결론이다.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내가 처해있는 상황 그리고 감정에 따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것, 그것이 미술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작년과 변함없는 코로나 상황과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올해에도 큰 걱정이나 우울함 없이 한 해를 잘 보낼 수 있던 건 바로 전시 관람이라는 취미 덕분인 것 같다.


신년 운세에도, 실제 계획으로도 2022년은 내게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다.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중심을 잘 잡고, 좋아하는 전시도 많이 보러 다니면서 건강한 한 해를 보내고 싶다. Goodbye 2021! Happy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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