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김남준의 이야기
무료하게 흘려보내던 시간 속에서 오랜만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비 오는 회색빛의 밤을 그려보게 되는 음악. 온전히 음악만을 들으며 상상할 수 있고 그와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내게 서울은 태어나 자라왔고 지금까지 살아온 곳. 집을 나서면 보이는 고층 빌딩들과 수많은 자동차들, 사람들로 정신없는 강남역에 피로함을 느끼고 사람 없는 거리와 공원들만 여기저기 거닐던 게 대부분이었다. 애정이라는 말이 의미 없이 무감각하게 느껴질 정도지만, 가끔씩 사람 없는 텅 빈 한강에 있을 때면 정말 사랑스러운 이곳. 내게도 사랑과 미움이 담긴 서울, 이 공간. 이미 익숙함이 반을 차지해버렸지만 언젠가 나도 이 곳을 그리워할 날이 오겠지.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다 지나간다고 말해주면서도 ‘하루 종일 비가 왔으면 좋겠어. 누가 나 대신 울어줬으면 해서’라는 가사가 마음을 아린다. 우리가 그의 옆에 비 같은 존재로 아니 더 위로할 수 있는 존재로 남아 영원히 내려줄 수 있길.
"어쨌든 이 아이돌, 그리고 스타라는 직업은 자아를 두 개를 만들고 살아야 해요. 어쩔 수가 없거든요. 방탄소년단과 RM이라는 자아에 너무 힘을 많이 쏟았고, 그러니까 이게 참 딜레마인 거죠.
근데 이게 이 슬픔과 이 지침에 대해서 얘기를 하면, 참 어렵죠. 이걸 얼마큼 얘기해야 내가 나도 나를 그렇게 약하게 너무 약하게 보이지 않게 하면서 팬들한테 상처를 안 주면서 내가 적절히 진심을 토로할 수 있는가 ”
이 ‘Mono’ 앨범 자체가 그의 고민과 답이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그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가을이 끝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이던지. 짧게나마 이 계절을 즐겼으면 좋겠다. 좋은 음악 선물해줘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