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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하 Aug 28. 2020

2001 Imagine

장준환 감독님과의 질문과 답변 시간

2018년 11월의 기록, 2년 전 남겨둔 글을 다시 읽어봤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그만큼 영화에 대한 마음가짐이 많이 바뀐 것 같아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그래도 그때의 마음을 다시 느껴보자는 생각에 다시 이 글을 올려본다.



장준환 감독님의 단편영화인 ‘2001 Imagine’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처음으로 영화를 찍은 게 벌써 4년 전인데 드디어 감독님을 실제로 뵙게 되었다. 질문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단편을 언급하면서 팬인걸 어필했는데 감독님 왈. ‘그걸 봤다니..!!’ 덧붙이는 말이지만 감독님의 젠틀하신 태도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특히 질문자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요리조리 움직이기까지 하면서 계속 바라보며 답해주시는 게 감동이었다.


내가 감독님께 드린 질문은 영화감독 혹은 영화 분야에서의 일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현실적인 조언이 있는가? 였다. 질문을 듣자마자 감독님께서는 웃으면서 ‘다시 생각해보라. 아니하지 마세요’라고 답하셨다. 단호한 말에 좀 당황하긴 했지만 예상이 가는 답변이기도 했다.


이어 감독님께서는 영화감독이란 자신이 상상하는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고 화려한 직업이지만, 그만큼 시나리오, 영화 작업을 통해 결과물이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감정의 낙폭이 매우 커서 감정적으로 많이 다칠 수 있는 직업이라고 말씀하셨다. 또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에 더 힘든 일이라고 하셨다. 그렇기에 결정하기에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또 말리고(?) 싶은 직업이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명확하게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고, 어떤 결심이 섰다면 고민을 바탕으로 그대로 이어 나가 보라는 말도 덧붙이셨다.


이렇게 두 시간가량의 시간이 지나고 거의 두 달을 기다려왔던 강의가 끝이 났다. 강의를 듣고 나니 나의 과거를 다시 돌아보고 내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첫 단편을 만들고 영화과 입시를 준비할 땐 배고프게 살지언정 이 일을 하고 싶고, 또 할 수 있다는 욕심이 강했다. 하지만 입시에 실패하고 현실적인 측면에서 꿈과 무관한 취업이 보장된다는 전공을 선택하고 공부를 하고 있을 때, 문득 내 꿈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고민하고 나 자신과의 어느 정도 타협점을 갖고 영화기자라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 그에 대해 글을 쓸 때만큼은 머릿속에 있는 잡다한 생각을 버릴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렇게 편식 없이 다양한 영화를 보고 여러 GV에 참석하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바로 현재 나의 모습이다.

그리고 미래의 나는 정말 말 그대로 ‘빈칸’인 것 같다.  하지만 어떤 결심이 섰다면 그대로 이어 나가 보라는 감독님의 말처럼 언제나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길. 또 내가 정한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란다.

계속해서 부딪치자, 그리고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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