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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방울 Sep 04. 2020

달리고 싶다고 달릴 수 있는 게
아닌걸

달리기 이야기

한 달 전 달리기 도중 갑자기 왼쪽 발바닥에 심한 통증이 왔다.


모처럼 컨디션이 좋아 기분 좋게 트랙을 달리기 시작했는데,  1.2km쯤 달렸을 때 갑자기 쨍하는 통증이 온 것이다.

달리다가 멈춰야 했던 날

2주 전 등산을 다녀오고는 충분히 회복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남아있던 안쪽 정강이의 묵직한  통증이 발 근육에 영향을 미친 거 같다. 웬만한 근육통이라면 달리고 나서 풀면 되려니 하겠지만, 통증을 참고 달리다가 결국 며칠은 절뚝거리며 걸어야 했던 기억이 있어 바로 달리기를 멈췄다.


통증의학과에 가니 족저근막염 진단을 내리고 체외충격파 치료와 영상 주사를 권한다.

불과 한 달 전에 오른 발목 통증 때문에 같은 치료를 받았었기 때문에, 일단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기로 했다. 

체외충격파 치료는 정말이지, 통증 부위에 충격파가 와 닿는 순간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아프다. 워낙 아픈 걸 잘 못 참는지라, 치료 2회 차 만에 치료를 포기하고 자연스레 낫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부상 후 처음 일주일은 발바닥을 바닥에 딛고 걷는 것 초차 힘들었는데, 점차 염증이 수그러드는지 걸을 때 느끼는 통증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발을 아예 움직이지 않고 지내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어쩔 수 없이 움직이다 보니 여전히 발이 저리거나 욱신거림은 남아 있었다.


냉찜질을 하고, 골프공으로 발바닥 지압을 해가며 2주 이상을 버티다가, 발마사지기까지 사서는 매일 마사지를 하니 한 달이 된 지금은 걸을 때 느끼는 통증은 거의 없지만, 움직이지 않을 땐 발이 계속 저리고, 발 스트레칭을 할 때면 발 측면과 뒤꿈치에 통증이 있다.


발 치료를 위해 엑스레이를 찍고, 발 마사지를 하게 되면서, 내 발에 이렇게 많은 뼈들과 근육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두 발을 땅에 딛고 서 있거나 걷는 것이 그저 숨 쉬는 것과 같은 일상이다 보니, 걷거나 뛰는 것도 그냥 숨 쉬듯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한 것이 큰 착각이었다. 내 몸은 정교한 기계처럼 하나하나가 연결되어 유기적으로 작동 중이었고, 그 기계의 어느 부분은  오랫동안 한쪽으로만 움직이거나 전혀 자극을 주지 않아 휴업 중이었던 것이다. 발가락 하나하나를 움직이다 보면 연결된 근육들이 하나 둘 같이 움직이면서 부상 부위의 근육이 움직이면 갑자기 통증이 느껴진다. 이번에 발 근육을 다친 것도 정강이와 다리의 다른 부분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해 생긴 것이니 다시 한번 인체의 디테일함이 경이롭다.


아픈 마당에 인체의 경이로움까지 찾는 걸 보면 이번 발 부상이 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많이 바꾼 것도 사실이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가꾸고 했던 지난 시간이 후회된다. 여러 가지 운동도 했지만, 그것 역시 멋지게 보이는 허상을 따라 흉내를 냈던 것이다.


발이 아파 달리지 못한지도 한 달이 넘었다. 발이 언제 나을런지도 알 수없다. 

그래도 이제 지난 몇십 년간 움직이지 않아 잠자고 있을 내 몸속 부품들을 위해 다시 이런저런 움직임을 시작해 볼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아픈 발을 대신할 부품이 단련되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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