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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방울 Sep 07. 2020

달리기 대신...

달리기 이야기

발이 아파 달리기를 못한 지 6주째이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5개월밖에 안 되는 초보인 데다가, 운동이라고는 이 것 저 것 자리잡지 못하고 유랑만 해온 터라 막상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달리기를 못하게 되니 다른 운동을 시작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처음엔 달리는 데 도움이 될까 하여 다리 근육을 키우겠다며 헬스장도 몇 번 나갔지만, 이 것도 발 통증을 핑계로 곧 안 하게 되었고,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헬스장이며, 각종 운동 시설들에 가기가 꺼려지니 내가 운동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라며 핑계에 핑계를 더하기만 하고 있던 터였다.


계기판은 먹통이지만, 페달은 잘 돌아간다

문득 방 한구석에 옷걸이 혹은 빨래 걸이 역할을 하며 제 모습을 그럴듯하게 숨기며 자리 잡고 있는 실내 자전거가 눈에 들어온다. 몇 해전 인터넷 최저가로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저렴하게 구입했던 실내용 자전거이다. 역시나 처음 한두 번 타보고는 비싼(?) 옷걸이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걸려있던 옷을 치우고 자전거에 올라탔다. 페달은 잘 돌아가지만, 계기판은 녹이 슬어 먹통이 된 지 오래다. 먹통 계기판 위에 핸드폰을 올리고 넷플릭스를 켰다. 드라마 한 편만 보고 내려오자는 마음으로 페달을 돌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발 통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한 5분쯤 페달을 돌리니 몸이 더워지며, 힘이 들기 시작하니 자꾸 시계를 보게 된다. 

매일 30분 이상 실내 자전거 타기

그 재미있던 드라마가 왜 이리 길게 느껴지는지, 결국, 첫날은 ‘시작으로  30분이면 충분하다’고 위로하며 첫 번째 실내 자전거 라이딩을 마쳤다. 오랜만에 몸을 움직여서 인지 30분 실내 자전거 타기에도  땀을 제법 흘렀다.

 

시원한 춘천의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과는 비교도 되지 않지만, 요즘 같이 밖에서 뛰려고 해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 때에, 주변 시선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실내 자전거를 타며 땀을 흘리니 이만한 운동도 없지 싶다.


처음 실내 자전거를 꺼내 타기 시작한 지 열흘이 지났다. 매일 30분 이상은 타려는 목표로 작심삼일씩 3번이 지났다. 달리기를 쉬면서 고이 개어두었던 운동복들이 하나 둘 땀에 젖어 세탁기로 들어간다. 집안에 제 할 일을 잃고 쉬고 있던 물건들에 하나 둘 제 임무를 준 거 같아 뿌듯하기까지 하다.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동안은 발 통증도 안 느껴지니 발이 다 나을 때까지 당분간은 집에서 땀은 실컷 흘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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