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졸업장을 상장케이스에 끼우며
오늘 28명의 중학교 아이들의 졸업장을 상장케이스에 끼웠다. 상장케이스 네 모서리에 졸업장이 구겨질라 조심조심.
졸업장을 상장케이스에 끼우고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나눠준 게 처음이 아닌데...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애물단지 우리 첫째와의 고단한 학교 생활을 겪고 돌아와
처음 맡은, 이 졸업반 아이들을 향한 나의 마음은 매우 달랐다.
“졸업” -학생이 규정에 따라 소정의 교과 과정을 마침.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을 하여 학생이 되고...
매일 힘들게... 자신도 모르겠는,
자신들을 낳아놓은 부모들에게 마저도 낯선,
자아들과 싸우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채워 교과 과정을
드디어 마쳤다.
‘중학교 졸업. 다 하는 거 아냐?‘
이게 당연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겠지?
더 중요한 고등학교와 대입을 보고 달려가는 부모들은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반에는 도움반 친구 한 명이 있다. 그 아이는 몸이 불편하지만 반짝거리는 눈빛과 귀여운 미소, 따스한 마음이 항상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런 아이였다. 최근엔 몹쓸 병마와 싸우며 학교를 자주 빠졌다. 아이의 어머님을 가끔 뵐 때면, 조용히 고개를 숙여 내게 작은 인사를 건네시는데, 존경스러운 마음을 가지는 것조차 죄송할 만큼 그 분과 아이가 함께 살아내는 삶의 무게, 그리고 그들의 단단함이 내게 깊이 전해져 온다.
오늘 이 학생의 이름 석 자가 적힌 졸업장을 케이스에 끼우며 울컥했다. 너무 대견하고, 매일 아이를 부축하며 등교와 하교를 함께 한 어머님의 노고가...
그 빳빳한 졸업장에서 느껴졌다.
그렇다.
이 졸업장이란 것은 당연한 게 단 하나도 없다.
28명의 아이들의 아침 식사를 챙기고,
사춘기에 젖어있는 힘겨워하는 아이를 깨우고,
때론 폭풍우 같은 걱정들로 밤을 새우고,
아이의 실패와 좌절,
그리고 승리에 함께 울고 웃었던...
아이들과 그들의 가족들의 3년이란 시간을 증명하는 수료증인 것이다.
“ 2007년 12월 5일 생(生)”
생(生)- 사는 일. 또는 살아 있음.
(배우 김혜자님의 최근 발간된 책 “생에 감사해” 라는 제목에도 나오는 ‘생’!)
힘든 일이 가득해도 감사할 것 투성이인 그것.
졸업장에는 각자의 생일이 적혀있다.
나에게 생일은 이제 신나서 촛불 불고 케이크 먹던 날이 아니다. 누군가의 고통과 희생을 맞바꾸고 이 세상에 호기롭게 등장한 날이다.
아이들의 생일을 보며...
‘어머, 이 날들은 어머님들께서 너희들을 품에 안으신 날이구나.‘ 생각한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셨을, 그날.
자신 있게, 그들의 그날의 감정을 알 수 있다 말하겠다.
오늘 난,
졸업장을 상장케이스에 끼우며,
모든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입히고 먹이고 키우신
부모님들의...
생(生)의 위엄에 압도되었었다.
살아있음이 이렇게나 멋지구나.
어느 고등학교를 가든, 어떤 결과를 낳든,
지금 우리가 이 졸업장을 손에 쥐고 있는,
이렇게 살아있음에 감격하자.
이렇게 멋진 순간에 감격하라.
2007년의 어느 날,
너희를 처음 안고 갖가지 꿈들을 꾸셨겠지.
그리고 너희가 어떤 모습이든지 사랑하겠다고 다짐도 했으리.
다소 실망한 날들도 가득했을지 모르겠지만,
너희들의 이름 석자와 생일이 적힌
졸업장에서
당연해 보여도 당연할 수 없는
생(生)의 위엄을 느낄 수 있기를.
“졸업을 축하합니다.”
*사진 출처- UrbanBru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