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여름, 난 가스라이팅 지옥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고 말았다.
작년 3월,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나는 신이다'는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인터넷에서는 엄청난 자본력을 가진 특정 사이비 종교에서 곧 방송을 제재할 것이라며 영상이 내려가기 전에 얼른 보라는 말도 돌아다녔다. 그래서 나도 이 귀한 영상이 막히기 전에 얼른 봐야겠다고 생각해 이틀에 걸쳐 전편을 모두 시청했다. '나는 신이다'를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그 안에 든 내용은 정말 끔찍하다. 나도 보는 내내 인상이 찌푸려지고 무섭기도 했으니까.
사실 내가 '나는 신이다'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따로 있다. 내가 비슷한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다. 물론 사이비 종교에 다녔던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다녔던 곳은 종교와는 거리가 먼, 그저 '개인 화실'일뿐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 그곳을 운영하는 사람이 사이비 교주와 같은 짓을 내게 했으니까.
난 그곳에 다니면서 자유를 빼앗겼고, 노동을 착취당했으며, 정신적인 세뇌를 받았다. 심지어 학원비라는 명목으로 돈도 빼앗겼다. 그곳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커 매일 집에 가는 길에 울었고, 밥이 넘어가지 않아 물로만 배를 채웠는데도 속이 더부룩해 병원을 시도 때도 없이 다녔다. 앞으로의 미래가 너무 절망적이라 내가 죽어야만 끝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난 평생 이곳에 묶여 있어야 하고, 화실 선생님과 죽을 때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고? 그렇게 세뇌당했으니까.
많은 사람들은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 보고 멍청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그 사람들이 그런 일을 겪어보지 않아서라고 나는 생각한다. 처음부터 사이비인 줄 알고 믿는 사람은 없다. 정상적인 곳인 척, 나에게 도움을 주는 척, 진정 나를 마음으로 위로하는 척하면서 사람을 매혹시킨다. 본인과 나의 관계가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관계인 것처럼 포장하고 이 관계는 절대 깨어질 수 없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부족한 게 있다면서 나에게 심리적 압박을 준다. 그럼 난 이렇게 생각한다. '난 왜 완벽하지 못할까? 왜 저 사람과 100% 마음이 통하지 못하는 걸까?" 그리고 부족한 부분을 그 사람이 아닌 나에게서 찾는다. 이미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고 있는데도 말이다.
놀랍게도 이 모든 건 내가 미성년자 때의 이야기이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무려 4년 간에 걸친 내 고통의 기억이다. 물론 내가 나이가 어렸기에 더 쉽게 세뇌당했던 것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 나이에 똑같은 짓을 당했더라면 금방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글쎄, 확답은 못 하겠다. 적어도 이런 일을 한 번 겪었으니 의심은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난 지금부터 내 과거의 이야기를 한 번 써보려 한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100% 기억하진 못하니 어쩌면 각색이 조금 들어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안에서 느꼈던 나의 감정과 심리 상태, 그때의 일을 바라보는 지금의 내 시각은 과장이 1%도 없는 진실이다.
2003년 여름, 난 가스라이팅 지옥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고 말았다. 21년 전의 나에게 딱 한 마디 해주고 싶다.
"펄미야, 제발 도망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