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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비축기지 Feb 23. 2023

[칼럼] 도시 재생과 시민의 공간

문화비축기지와 시민이 만났을 때

노후된 시가지와 침체된 산업 시설, 쓸모를 다한 철도 부지와 고가도로, 유류 저장소 등 과거의 산업 시설을 활기찬 문화 공간으로 개조하는, 구시대의 유물과 오늘날의 가치를 결합한 새로운 도시 공간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글 이희정



  

이희정 
도시 계획, 도시 설계, 도시 개발 등을 연구하는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다.
대한민국국토도시계획학회 학술위원장, 서울시 도시디자인위원회 위원, 국토경관헌장 제정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문화비축기지는 단순히 과거의 구조물을 유지·전환해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간이 지닌 가치를 도시의 정체성과 결부해 커다란 잠재력을 지닌 도시 공간을 탄생시켰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이러한 공간의 성공 사례는 재생 공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의 건물과 시민의 라이프스타일이 변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래된 건축물은 지역 커뮤니티의 기억을 축적한다. 이를 훼손하지 않고 공간을 재생하면 지역민의 애착을 이끌어낼 수 있고, 지역민의 자아 정체감과 자존감을 고양해 도시가 지닌 사회적 가치로 승화할 수 있다. 지역민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공간을 선사해 커뮤니티의 후원자로 만드는 것이다. 시민은 재생 공간을 방문하면서 문화적으로 자극받고, 특정 생활이나 작업 환경을 발전시키는 데 적극 동참한다. 특히 예술가 집단은 다양한 형태의 산업구조를 보존하거나 활용하는 것을 지지한다. 이들은 큰 산업 창고가 혼재된 재생 공간에서 공방, 갤러리 등을 열어 작품 활동을 펼치고 시민의 수요에 맞춘 상품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도시 문화의 허브를 형성한다.




문화를 통한 도시 공간의 재활용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과 사회적 가치social value에 바탕을 둔, 독특하고 지역적이며 버려진 공간을 재생하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미국의 도시 계획가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는 지역 유산의 보존과 조화, 변화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재정립하고, 커뮤니티의 정체성과 비전을 확립해야 지역의 매력이 발현된다고 말한다.

창조적인 생산과 소비를 위한 지역의 과거 유산 재활용은 미래의 도시 개발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미래 도시의 환경적·사회적 공유 도시로서 가치 증진과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격려하고, 문화와 예술을 활용한 운영, 실험적 접근 방법 등은 참신한 도시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난 2000년 폐쇄된 마포석유비축기지를 고정된 공간이 아닌 변화하는 공간으로서의 실험의 장, 시민의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문화비축기지는 기본적으로 공적 영역public realm의 공간이자,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실험적 창의 공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또 지역 주민과 함께 미래 발전의 비전을 공유하고 새로운 문화 도시 형태를 제안하는 시민의 공공 공간urban public space이자 시민 주도로 도시 문화를 생산·향유·재생·운영하는 문화 플랫폼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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