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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비축기지 Jan 26. 2024

인류의 미래를 위한 은행, '시드볼트'

우리는 내일을 비축해

사진 :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전쟁, 핵폭발 같은 대재앙으로부터 주요 식물의 멸종을 막고 유전자원을 보전하기 위한 종자 저장 시설이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시드볼트는 두 곳이 있다. 한 곳은 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의 스피츠베르겐섬에 있는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로 1984년 북유럽유전자원센터가 섬의 폐탄광에 종자를 보관했던 것이 시초다. 다른 한 곳은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시드볼트다. 이곳을 지휘하는 배기화 시드볼트운영센터장과 나눈 대화.




시드볼트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 조직인가.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하 한수정)이 운영하는 시드볼트는 시드seed와 금고를 뜻하는 볼트vault를 더한 단어로, 종자를 저장하는 일종의 금고다. 시드볼트는 기후 위기에 따른 지구적 자연 재난, 전쟁, 핵폭발 등에 대비해 지구의 야생식물 종자를 안전하게 보존하고, 씨앗을 통해 우리 미래 세대의 행복한 삶을 지키며, 번영에 이바지하기 위해 조성한 곳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내외 야생식물 종자 5576종 19만4797점을 저장하고 있다. 


시드뱅크와 시드볼트의 차이점은.

식물의 종자는 황폐해진 생태계를 복원하는 중요한 자원이다. 종자를 발아시켜 성목을 만들고 성목의 잎, 줄기, 뿌리 등에서 우리에게 유용한 물질을 추출해서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시드뱅크는 소재 확보와 관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분양을 통해 활용의 효율성을 추구한다. 하지만 시드볼트는 분양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생태계에서 멸종된 개체를 복원하고 산불, 전쟁 등으로 서식지가 훼손된 지역을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한다.













시드볼트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위치한 이유는.

수목원은 식물을 전시·보존·연구하는 곳으로, 특히 멸종 위기종, 기후변화 취약종 등을 보관하는 보존 시설이다. 시드볼트는 서식처가 아닌 곳에서 보전 활동을 하는 종자의 현지 외 보존 개념을 적용해 수목원, 특히 백두대간 중심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위치하게 됐다. 이곳은 해발 600m에 위치해 극단적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최고 80m까지 상승해도 안전하다. 


시드볼트에 저장된 종자는 어디서 수집하나.

그간 시드볼트에 저장된 국내 식물 종자는 3110종 12만746점이고, 채집 국가가 대한민국이 아닌 국외 식물 종자는 3354종 7만4051점이 저장되어 있다. 국·공·사립 수목원, 각 대학교와 여러 종자 유관 기관으로부터 기탁받은 것과 한수정 소속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자체적으로 수집·정선·확보한 것이다. 매년 종수와 점수가 15%씩 증가했는데, 특히 국가 기관인 국립농업과학원과 국립종자원의 경우 을지·충무훈련의 일환으로 유전자원 소산 계획에 맞춰 종자를 중복 보존한다. 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종자수집 팀에서 지속적으로 백두대간 지역의 종자를 수집한다. 수집 팀은 대상종이 개화했을 때 종을 파악하고 저장 가치가 높은 기준순으로 그곳의 좌표를 기록하고, 표시한 씨앗이 익을 때까지 기다린다. 종자가 완숙할 때를 기다리며, 좋은 종자를 수집하기 위해 적어도 세 번 이상 같은 장소를 방문한다.


저장된 종자를 관리하는 방법은.

시드볼트 저장 번호(SV-번호)를 부여한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수집 팀이 저장하는 씨앗은 역시 기탁으로 저장·관리한다. 이렇게 저장한 씨앗은 자연 재난, 전쟁 등으로 인한 기탁 기관 종자 보관 시설의 파괴 또는 야생 멸종으로 인한 복원 필요성 등에 의해 반출한다. 또 종자 저장 관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시드볼트는 2021년부터 블랙박스를 도입했다. 종자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종자 소유권이 종자를 맡긴 기관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수집한 종자 중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수집하고 저장한 5576종 모두 소개하고 싶다. 우리는 국내에만 자생하면서 사라져가는 희귀 특산 식물종, 기후변화에 취약한 구상나무 종자, 대형 산불에 대비해 울진처진소나무 종자 등을 저장했다. 하지만 미래 세대에 필요한 종자가 무엇일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작년에는 대학생이 참여하는 종자 저장 프로그램 담다프로젝트를 운영했다. 그들에게 주문한 내용은 미래 세대가 원하는 종자였다. 학생들은 현재 환경 훼손 주범으로 꼽히는 식물을 저장의 우선순위로 꼽았고, 중금속에 강한 식물, 덩굴성 식물, 번식이 빠른 식물 등을 선정했다. 무엇이 중요한지는 미래 세대만 알 것 같다.


시드볼트는 어떻게 인류와 미래를 구할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대형 산불과 폭우, 태풍 등을 겪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일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가 종자를 보존하고 관리하는 이유다. 종자는 식물체를 만들 수 있는 기초 단위다. 종자만 있다면 숲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다. 죽은 종자는 인류의 미래를 구할 수 없다. 수집, 정선, 건조, 미생물 생육 방지 등 다양한 연구와 관리 기술 개발로 건강하게 살아 있는 종자를 저장하고 관리해야 한다. 부디 인류의 미래를 구할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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