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담이 제시한 파놉티콘의 형태는 중앙을 둘러싼 감옥을 용이하게 감시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정부와 기득권의 의해서 피지배층은 감시를 당하고 ‘자기 감시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현재에 들어서 정부의 감시는 점차 발전하여, 우리가 우리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하고 있으며, 그 형태는 은밀하게 숨어들었다. 이에 발전한 것이 시놉티콘이다. 현대인은 스스로 감시하고 옆 사람을 감시하게 된다. 규율은 이런 식으로 발전하여 영향을 끼쳤다. SNS에서 시놉티콘의 형태를 엿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엿보는 것이다. 정방향 3열로 보여지는 UI/UX는 무한 스크롤로 상대방을 염탐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은 ‘자기계발’에 이용되면서 폭발적으로 자기계발을 트렌드를 넘어서 트렌드, 하지 않으면 안되는 필수요건으로 부상시킨다.
9시 출근, 18시 30분 퇴근. 평균적으로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다. 하루 24시간 중 절반을 노동을 위해 소비하는 것이다. 직장인들은 보상을 받기 위해 ‘퇴근푸드’를 먹고, 스트리밍 구독 사이트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늦게 잔다. 물론 자기계발을 위해 영어학습지를 하거나 장시간 앉아있는 몸을 위해 필라테스, 요가를 하며 저녁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퇴근 후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지쳐있기 마련이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상투적인 명언이 있다. 자본주의 시대가 되면서 ‘시간은 금’이 되고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 청소를 구독하고, 영화관에 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스트리밍 사이트를 구독하면서 현대인들은 다방면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애쓴다. 저녁시간은 깨어있는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이지만, 아침이라는 시간대는 일찍 일어나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차별성 있는 시간대이다. 이전에도 ‘아침형 인간’이라는 자기계발 트렌드가 있었다. 아침형 인간에 세련됨과 자본성을 가미한 것이 오늘 이야기할 주제인 ‘부자들의 루틴, 미라클모닝’이다.
미라클모닝, 기적을 뜻하는 Miracle과 Morning의 합성어로 하루 일정을 소화하기 전에 미리 일어나 자기계발을 하는 것을 뜻한다. 10-20대를 주축으로 유행 중인 미라클모닝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수업, 회의 등이 비대면 진행됨에 따라 이동시간이 절약되면서 자신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고자하는 움직임이 많아져 폭발적인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인스타그램에 #미라클모닝 으로 게시된 게시물만 약 90만건이다. 남용, 오용되어 해시태그 본래의 기능을 잃었다고 하는 #강남카페 게시글이 총 79만 건인 것을 생각하면 미라클모닝에 참여하고 있는 현대인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핵가족화된 대한민국은 점점 1인가구의 수가 늘어났고 그에 따라 개인주의와 자기계발이 떠올랐다. 이력서에 채워 넣을 스펙을 쌓으면 그 다음으로는 요가, 명상, 운동 등의 자기계발이 필수덕목이 된 것이다. 자기계발은 혼자 고군분투하는 시간이다. 조용한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해지니 자연스레 조용한 새벽시간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유행으로, 루틴으로 자리 잡은 것이 ‘미라클모닝’이다.
미라클모닝 컨텐츠는 특히 취업준비생과 안정적인 이직을 준비하는 20대와 대입을 준비하는 10대 후반 연령층이 많이 소비하고 있으며 최다 조회수는 212만회이다. 이들이 ‘갓생’이라고 칭하는 삶은 대략 이러하다. 해가 뜨기 전인 새벽 5시에 기상하여, 지난 밤 모닝루틴으로 적어둔 일(요가, 명상, 영단어 외우기, 운동)등을 차례대로 해치운 후에 일기를 쓴다. 이후에는 자신의 일과인 출근, 등교를 준비한다. 3일 정도는 눈 뜨는 게 힘들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에 그 이후에는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는 것이 미라클모닝이 습관화된 이들의 후기이다. 장점으로는 새벽의 고요함을 즐기며 자기계발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과 고등학생 같은 경우는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이 ‘습관화’이다. 위에 언급한 대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생각해볼 문제는 무엇이든지 적응한다는 것이다. 전쟁으로 토지와 산업공동체가 쇠퇴하자, 국가 주도하에 자본자유주의 시대가 도래했다. 기업으로 성장한 산업공동체는 스펙타클과 더불어, 시계의 발명으로 인간은 시계에 맞춰 일을 했으며, 전구의 발명으로 밤에도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 기업에서 수녀원에서 기용되던 시간표라는 개념을 차용해온다. 시간표는 노동자가 이전보다 오랜 시간동안 노동을 할 수 있게 되자, 생산율의 효율을 위해 시간을 분해한 것이다.. 시간이 신체를 관통하게 된 것이다. 시간은 신체에 효율적인 리듬을 요구하고 신체는 그것에 적응하면 할수록 어떤 동작을 편히 수행하게 된다. 그것이 습관, 루틴이다. 시간표는 기본적으로 나태를 불허하는 원칙으로 가동되며 낭비를 막아야 하는 사명이 있다. 이 낭비에는 당연히 정신적인 낭비가 포함되어 있다. 푸코는 이렇게 기업의 권력 안에 시간표 등으로 가공된 신체를 ‘기계적 신체’라고 칭했다. 미라클모닝과 같은 자기계발은 그 일과 시간표 안에서, 주체적으로 시간을 쪼개내어 더욱 높은 생산성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인간은 학습되었고 적응을 잘하는 동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제는 권력자의 강요 없이 스스로 루틴을 짜고 시대에 맞는 인재가 되기 위해 개인적인 노력을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