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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라떼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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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녁바람 Dec 27. 2023

‘오운완’의 최종 목표

웨이트트레이닝을 한 지 꽉 찬 4개월이 되어간다. PT(개인교습) 50회 중 40회를 채웠다. 그동안 주 3회 수업을 잡고 빠지지 않고 나갔다. 9,10,11월 3달동안은 수업 없는 날도 나가서 운동을 하든 구경을 하든 2시간은 때웠다. 간신히 숨만 쉬고 살던 내가 체육관을 좋아하게 될 줄이야. 물론 아직도 ‘헬린이’ 신세라 저질 체력에 어설픈 것 투성이.


주 3회 1시간 씩, 월요일은 다리 엉덩이 등의 하체, 수요일은 등, 금요일은 어깨와 팔을 주 타겟으로 운동한다. 운동기구는 다양하고 이름도 어렵다. 사용법도 가지가지. 자세나 방법을 배워도 다음 수업땐 백지상태가 되기 일쑤다. 심지어 운동하는 중에도 30초~1분 쉬었다가 다음 세트 넘어갈때 손 잡는 위치를 까먹은 경우도 있다.

성실하고 친절한 트레이너는 몇 번이고 다시 알려준다. 1대 1 수업의 좋은점이다. 못해도 ‘할 수 있다’ ‘괜찮다’ 고 얘기해준다. 이렇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못해도 괜찮다고 말해준 사람이 내 인생에 또 있었던가? 싶을 정도. 자본주의 미소와 친절이라도 좋다. 응원은 큰 힘이 된다.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은 늘려준 일등공신.

체육관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오래되어 쇠 긁는 소리가 나는 ‘나무 돌돌이’. 옛날 목욕탕에 가면 볼 수 있는 거다. 준비운동(스트레칭)을 하고, 기구로 근력 운동을 하고, 런닝머신이나 계단오르기, 실내자전거 등 유산소 운동을 하고 그 다음 마무리 스트레칭 후 맨 마지막, 나무 돌돌이에 종아리를 걸치고 스위치를 켠다. 아이구 소리가 절로 나온다.

돌돌이는 구석에 있어 눈에 잘 띄지 않아 좋다. 통유리창 바로 앞이라 다리를 얹어놓고 밖을 구경하기에 딱. 그래봐야 사거리 교차로, 오래된 주공아파트 외벽과 앞 건물 간판들, 동네를 배회하는 비둘기떼 정도. 난 커다란 창문을 좋아한다. 어릴때 베란다 너머로 보이던 올림픽공원의 불꽃놀이나 결혼 전 내 방 창문에서 보이던 새벽 2시의 동부간선도로처럼 그모든 장면은 추억이 될거다.


이번주엔 허리가 아파 운동을 쉬기로 했다. 연휴 내내 파스로 도배를 하고 죽는 소리를 해댔다. ‘주 3회 근력운동’이라는 루틴이 깨진 것도 신경이 쓰이고, 허리가 계속 아플까봐 걱정도 된다. 역시 몸을 쓰지 않으니 꼬리에 꼬리를 문 잡생각이 많다.


꿈에 한효주와 짜장면을 먹는데(?!) 조인성이 무빙에서처럼 창문으로 돈까스를 갖다주었으나 정중히 거절했다. ‘제가 요새 운동을 못 하고 있어서 더이상 못 먹어요’ 라고 말하면서.. !! 아아 인생은 길고 나의 내일은 아직 무수히 많이 남았다. 난 꼭 건강한 근육부자 할머니가 되어서 짜장면과 돈까스를 맘껏 먹으며 살거야. 꼬옥.  이것이 내 ‘오운완’의 최종 목표.

헬린이 아줌마 등짝 뿌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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