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나는 현빈이의 웃음과 몸짓과 울음과 집중해서 쌀 튀밥을 하나씩 주워 먹는 모습과 목욕물에 앉아 어른이 반신욕 하듯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모습과 가까운 사람을 보며 좋다고 아는척하는 모습과 용을 쓰며 힘주고 어딘가를 올라가려는 모습과 눈치작전을 펼치며 누나의 장난감을 쟁탈하는 모습과 새로운 음식을 아주 세심하게 관찰하는 듯하며 이내 탐내는 모습과 네발로 여기저기 기어 다니는 모습과 거울의 비친 자신을 보며 웃는 모습과 그리고 열거하지 못한 무수히 많은 모습들에 귀여움을 느낀다.
그것에 더해 사랑스러움은 보너스.
첫째를 키워본 결과 이 귀여움은 대체로 다섯 살까지는 쭉 이어지는듯하다.
현빈이는 나의 둘째 아기다. 2021년 7월 5일생으로 글을 쓰고 있는 지금으로부터 5일 뒤면 10개월 차가 된다.
어느덧 첫 돌을 향해 가고 있다.
사실 언제부터 귀여웠냐면 정말 비밀스럽지만 뱃속에서부터 귀여웠다.
나의 모든 말에 귀엽게 반응해 주었기 때문에 산부인과 담당의사 선생님께서,
"엄마와 합이 굉장히 좋네"
라고 말해주셨다. 어느 정도 합이 잘 맞았는지 한 가지 에피소드만 풀어보고 싶다.
정밀초음파를 하는 날이었다.
아기의 장기와 손 발 손가락 발가락 등 여기저기를 초음파로 확인하는 거라 시간도 30분 혹은 그 이상을 생각하라고 들었다. 첫째 때도 거의 30분을 채웠기에 넉넉히 생각하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분명히 태동이 없었는데 내가 말을 걸자 움직이기 시작했고,
"손 보여줘. 발 보여줘. 돌아봐." 등등등
의사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나는 아가에게 말했고 아가는 척척해주었다.
그래서 초음파 선생님께서 무지 놀라워하셨고,
간혹 이렇게 엄마와 합이 좋은 아이가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는 처음 만나보았다고 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10분 정도 후에 진료실에서 나왔다.
뱃속에서 그렇게 합이 좋더니 그래서 그런지 태어나고 나서 혈액형 검사를 하니, 아뿔싸 AO.
엄마 피다. 이런이런 아주 잘 타고났다고 해야 하겠지.
한 인간이 태어나고 나서 인생에서 극도로 귀여움을 발산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인 듯하다.
옹알이도 하고 엄마 아빠도 알아보고 자신의 의사표현을 얼굴 표정과 목소리(울음)로 다 해버리는 시기.
놓치고 싶지 않다. 비행기 특가석 보다도 훨씬 더. 아니 그것과 비교가 되지 않지.
나도 우리 남편도 이런 시절이 있었겠지.
그 모습을 한 번 상상해본다.
사실 현빈이는 남편과 똑 닮았다. 사람들 말로는 그대로 적어놓은 듯 판박이라고 하는데,
나도 아니라는 말은 못 하겠다. 너무 닮았다.
(그래서 시어머니께서 현빈이를 엄청나게 이뻐하시는 걸까.)
첫째 솔이도 엄청 귀여웠다. 세세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 건 치매가 아니어도 모두 똑같이 경험하는 부분들이라고 믿고 싶다. 가끔씩 2살 3살 때 사진을 보면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르곤 하는데 보지 않고 기억해내서 글을 쓰려니 어렵기만 하다. 이건 시험공부 열심히 해도 다음날 시험칠 때 기억이 안 났던 것과 상관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
첫째는 7살이 되어서 귀여운 것들에 감탄하고 가지고 싶어 하는 나이다.
"엄마 이거 너무 귀엽지 않아? 정말 귀엽다. 사고 싶다"
쓸모없지만 귀여운 물건들을 모으는 꼬마 숙녀.
자신의 용돈을 아낌없이 귀여움에 투자하는 우리 집 1호.
두 꼬맹이들은 각자의 귀여움을 뽐내며 우리에게 행복을 선물하고 있다.
우리가 사진으로 기억으로 시간으로 잘 간직할 수 있기를.
귀여움은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