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시작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고, 그런 이유로 많은 아이들이 달고 살던 감기라는 것이
어쩌다 한 번 오곤 한다는 이야기를 여러 엄마들에게 들었다.
우리 첫째도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옮아오고 옮겨주었을 여러 형태의 감기들이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감기'라는 것을 의심할 증상이 없었다.
2년 동안 수영한 번 못하고 놀러를 못 다녔다.
내 돈 쓰고 찝찝한 마음으로 여행을 다니고 싶지 않아서 '코로나 종식'되면 간다며 미루었던 여행들이지만
이제는 코로나를 두고 종식이란 단어를 어느 누구도 쓰지 않는다. 앞으로 계속 곁에 있을 코로나이기에
큰 맘먹고 키즈풀빌라를 예약하고 떠나는 그날 아침.
첫째가 열이 났다. 38도였다.
우리 시댁은 걸어서 5분 거리다. 어머니께서 급하면 언제든 아이를 맡기라고 하셨다. 특히나 아플 때면 당연히 전화를 하라고 하셨다. 그날은 어머니 아버님께서 등산을 간다고 했던 날인데, 전화해보니 아직 출발 전이라고 하셨다.
"어머니, 첫째가 아픈데, 열이 38도 예요. 잠시만 둘째 봐주시면 안 될까요?"
둘째는 이제 7개월이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맡기고 가고 싶은 내 마음이 컸다.
나는 곧 출근을 해야 하고 애 아빠가 둘을 데리고 병원을 간다길래 나는 말렸고, 그 과정에 어머니의 도움을 청하게 된 거였다. 아이가 아프다니 당연히 봐줄 거란 나의 믿음이 금세 깨져버렸다.
"애 아비가 전화하지 말라면 하지 말지 꼭 이렇게 전화를 해야겠니? 우리도 가기로 한 일정이 있고, 그게 틀어지는게 싫어서 애 아비가 하지 말라고 한거 같은데 너는 000000000000"
순간 많이 당황했다. 내가 들을 말들이 아니였다.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며 나에게 쏘아대던 말들.
"아니, 애가 아픈데 지금 어머니랑 나랑 이렇게 통화할 일이 아니예요."
나는 무엇보다 손녀가 아프다는데 나에게 화를 내며 아들 편을 들며 소리치던 그 목소리와 함께 나에게 했던 모든 말들이 상처로 다가와 가슴에 박혔다.
못 와주면 못 와준다고 이야기만 하면 될 것을 왜 나에게 말꼬리 잡고 소리치고 하지 않아야 할 말들을 하며,
나는 또 왜 그런 말들을 들어야 했나.
다른일도 아니고 애가 아프다는데.
나는 며칠째 속 앓이 중이다.
당신의 딸이였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들, 내가 듣지 않아도 되는 말들이다.
'그래 내새끼 내가 잘 키우자. 어른 손 빌리려고 한 내가 잘못이구나.'
여러 생각이 들고 내 마음속 정리를 하며 결정을 하고 있는 중이다.
결혼하고 쭉 살고 있는 지금의 보금자리를 옮기고 싶어진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사를 가고 싶을 만큼 시댁 근처 사는 것이 싫어졌다.
앞으로의 내 삶에서 아무것도 아닌 일로 불란을 만드는 것도 싫고 내 행복을 깨는 것도 싫다.
맞벌이로 일해야 해서 아이를 봐달라는 도움도 더이상 받지 않고 또한 며느리라고 이유없는 미움을 받고 싶지도 않다. 어른들과 꼭 가까이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불행한 감정으로 자주 만날 필요도 없다.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면 된다.
기껏 잘해주다가 한번에 크게 훅,
제발 우리 가족의 행복을 깨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