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사랑을 원하고 갈망하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열렬히 연애를 하다가 상대에게 상처를 받고 '다시는 안 만날 거야' 하는 사람도 시간이 지나고
자연스레 마음이 치유가 되면 또다시 누군가를 만나고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나의 20대도 그렇게 흘러갔다.
사랑을 할 때야 말로 온 세상을 가진듯한 벅찬 감정과 우주가 내 편인 듯 든든한 기분을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특히 시작단계에서는 그저 웃음이 나고 사람이 활기차고 하루하루가 새롭고 행복한 기운이 가득 도는 것이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싹트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내 마음속 깊이 새기게 되면 나도 모르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연애의 감정에서 깊어져 점점 사랑으로 발전되고
"계속 같이 있고 싶다."
"헤어지기 싫어"
하는 마음이 더욱 강해지면 결혼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아빠가 부도가 난 27살부터 계속 결혼이 하고 싶었다.
아마 현실도피의 마음이 크지 않았나 싶다.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었고 그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31살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돈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말이다.
그렇다고 시댁이 부자여서 돈이 없이 결혼을 한 게 아니다.
남자 친구도 나도 모아놓은 돈이 없었고, 각자의 집안도 넉넉한 상태가 아니어서 도움을 받지 않기로 우리끼리 결론을 내렸다.
빚을 내서 결혼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모든 과정을 생략하기로 했다.
특히 돈이 오고 가는 예단비는 아예 없애버리고 예물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400만 원만 가지고 결혼을 했다. 그럼 400만 원은 어디에 쓴 거 나고??
그 400만 원은 신혼여행 경비였다. 모든 걸 포기해도 신혼여행 딱 하나는 포기할 수가 없는 나의 로망이었다. 원래 여행을 좋아했던 나였다. 명품가방 살래, 그 돈으로 제주도 갈래? 선택해야 한다면 난 무조건 여행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예식장을 잡아서 결혼을 했다.
예식장 경비와 식대는 부주 들어오는 것으로 해결을 한 것이다.
신혼집은 원룸에서 시작해 투 룸으로 넓혀가기로 했다. 그렇다 보니 가전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나중에 투룸으로 옮겨갈 때의 희열감이란.
그때 지인들에게 밥솥, 청소기, TV, 세탁기를 혼수로 선물로 받았다.
"모아놓은 돈도 없는데 어떻게 결혼을 하지?"
최근에도 주위에서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결혼은 현실이라고 돈이 없으면 힘들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으며 우리도 모르게 '돈 없으면 결혼은 안 되지'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모아놓은 돈 없이 결혼을 해보니, 돈이 없다고 결혼을 후회하거나 행복감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주위에 모아 놓은 돈이 많거나 혹은 시댁이나 친정이 잘 살아서 결혼한 커플들을 보아도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과 바로 직결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돈 없이 결혼을 한 우리 부부는 서로 의지하는 힘이 더욱 강하고 돈독해졌다.
서로 함께 힘을 내서 무언가 이루어 나가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생기고 우리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 것이 참으로 뿌듯하고 좋은 점인 듯하다.
올해 우리 부부는 결혼 8년 차다. 지금은 투룸이 아닌 33평 아파트에 살고 있다.
물론 빚이 있다. 남편도 나도 서로 각자 일을 하며 돈을 번다.
우리가 버는 한도 내에서 빚도 갚아 나가고 아이도 키우며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우리에게 결혼으로 공동의 빚이 생겼지만 그건 우리가 원했기에 생긴 것이다.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서 빚을 내서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결혼할 때 집도 받고 명품가방을 선물로 받았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느냐고 사람들이 종종 나에게 물어본다.
"그건 그 사람 것이지 내 것이 아니잖아. 나는 내가 선택한 삶을 살고 있어서 지금 행복해"
결혼은 시작이 성대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살아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며 남부럽지 않게 시작을 해도 중도에 하차하거나 포기하는 부부도 많다.
반대로 돈이 없이 결혼을 해도 살면서 행복감이 점점 더 커져서 인생의 만족도가 올라가는 우리 부부 같은 사람들도 있다.
모든 일에는 과정과 현재가 중요한 게 아닌가 새삼 느낀다.
남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자신이 초라해지고 낮아진다.
그러니 어느 누구와도 자신을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다.
돈이 없어도 결혼을 할 수 있고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
어차피 인생은 내가 마음먹기 달렸고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행복할 것이냐, 불행하게 살 것이냐."
그 누구도 아닌 내 마음속에 정답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