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부터 월 천만 원을 만지는 사람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직장생활을 해서는 만지기 어려운 돈이니까.
나는 사업을 일찍 시작한 관계로 미친 듯이 일한 관계로 연봉 1억을 꽤 빨리 찍었다.
그때야 물론 돈 그릇의 크기보다 돈을 더 벌었기에 모으지 못하고 쓰기 바빴던 것 같다.
그 시절 월' 천만 원'은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는 돈이었다.
술 담배 유흥을 싫어하는 나에게는 그 돈으로 여행도 가고 옷도 사 입고 차도 좋은 거 타고 그렇게 만족하며 20대를 살아갔다.
나는 25살부터 개인사업을 시작했다.
버클리 음대 유학을 포기하고 선택한 "유아음악"의 길을 걸었다.
유학비용보다 저렴한 사업비용을 가지고 나의 첫 사업이 시작되었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열정이 그득한 시절이었고, 나 스스로가 유아들에게 음악수업을 잘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몇 년을 서울 경기지역에서 3살 아이들부터 7살 아이들까지 문화센터를 비롯하여 놀이학교, 유치원,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음악수업을 하며 실력을 갈고닦았다.
어릴 때부터 나는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아직도 어린 시절 기억 저편 생각나는 일이 있다.
9살 때 일이다. 학교를 마치고 동네 아이들이 아파트 공터에서 시끄럽게 뛰어놀았다.
얼마나 재미있는 소리가 나는지 2층인 우리 집까지 그 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지고도 남았다.
하지만 방문을 걸어 잠근 나는 숙제와 내 할 일을 한다고 밖을 쳐다보지도 마음이 동요되지도 않았다.
엄마가, 방문을 노크하며 "숙제 이따 하고 밖에 친구들하고 먼저 놀래?"
하고 물었다.
나는 단호히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내가 하던걸 마저 해나갔다.
어릴 때부터 그런 성향인 내가 커서도 똑같았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모든 정신과 세포가 그쪽으로 쏠리는데 거의 미쳐있다고 보면 된다.
온통 하루 24시간 그 일생각뿐이니 말이다.
그렇게 초집중을 하면 무엇이든 간에 빨리 통달하게 되는 것 같다.
몇 년을 교사로 지내다가 덜컥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나는 잘할 수 있어! 성공할 거야!"
그렇게 시작한 사업이 2~3년이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다.
거래처가 늘어가는 게 눈에 보이고 매출이 늘어나는 게 실감이 되었다.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발바닥에 불이 나듯 신발이 닳아도 좋았고 하루가 아주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5년 차가 되고 서른이 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처음에 슬럼프일까 무엇일까 긴가민가 했었다.
돈은 천 만원씩 벌고 있는데 지금 바쁘게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내 인생이 아닌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했고 좋아하는 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보고 분석해 보았다.
첫째, 갑과 을의 관계 속에서 거래처에게 상처 받는 일이 잦았고 그들의 갑질로 마음이 무겁고 힘들었다.
나는 음악교육을 하고 싶었던 사람인데 사업에 치중되다 보니 돈은 벌지만 인생의 행복감이 떨어졌다.
둘째, 누굴 위해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궁극적으로 내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사업체가 행복하고 직원들도 행복한 것이다. 거래처도 마찬가지. 그런데 주체가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그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셋째, 이대로 살아가면 10년 뒤 나는 행복할까?
10년 뒤 마흔이 되어서도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입가에 미소가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과감히 사업을 접기로 판단했다.
나는 내 행복을 우선순위로 두는 인생을 살고 싶었다.
지금 당장 월 천만 원씩 못 버는 것이 가장 아쉽기는 했지만, 그것 때문에 계속 끌려다니는 인생은 싫었다.
한마디로 돈 때문에 싫은데 참고 계속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더 잘할 수 있고 스스로가 주체가 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역시 나 답게 그 부분에 반쯤 미친 상태였기에 월 천만 원을 놓아주기가 쉬웠던 것 같다.
씀씀이 줄이는 것이 쉽지 않아도 결국 없으면 못쓰는 것이다.
그렇게 월 천만 원 버는 것보다 중요한 내 행복을 찾아 나섰다.
돈 벌어서 마음대로 쓸 때의 행복감은 아주 잠깐이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행복감은 잔잔하고 든든하게 늘 내 곁에서 함께하는 것을 느낀다.
돈 때문에 참아야 하는 것도 없고 그저 내 마음이 가는 데로 마음 편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돈과 행복 사이에 고민을 많이 하는 걸 본다.
돈이 있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을 살아가는데 돈까지 넉넉히 벌 수 있다면 행복감이 배가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돈을 놓아주니 돈이 나를 쫒아온다.
그래서 나는 지금 더욱 행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