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설레고 좋다!

존재해줘서 감사합니다.

by 김성은


그런 날이 있다. 새벽이 다 되도록 잠은 오지 않고, 추억의 노래들을 긴 밤 지새우며 듣고 싶은 날.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별일 있었던 하루는 아니었다.

언제나 똑같이 아침에 일어나 남편 출근과 아이를 챙겨 등원시키고,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건조기를 돌리고 정리 좀 하고 출근을 하고 7시에 퇴근해서 아이와 놀아준 하루의 마무리였다.

책을 읽어 달랬던 아이는 피곤했던지 한 소절 읽기 전에 잠들어 버리고, 남편과 시시콜콜 이야기하다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시작은 폴 킴 목소리였다.

어떻게 그렇게 담백하게 노래를 부를까. 감탄을 하며 작곡 작사한 분에게도 고마워하다가 이렇게 되어버렸다.

어느덧 방문을 조심스레 열고 나와서 서재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어폰이 아닌 스피커로 좀 즐겨볼까.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면서 말이야.

안방에서 작은 거실을 지나 서재방까지 오는 그 몇 초.

설레었다.


음악을 들으면 그 시절의 내가 떠오르고, 수많은 추억이 떠오른다.

가슴 절절한 느낌의 노래도 있고, 풋풋한 감정에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달콤했던 시간이 생각나기도 한다.

혼자서 들춰보기 딱 좋은 시간. 밤 12시 16분.

마음껏 추억하며 글을 쓰고 있다.


나에겐 가수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스스로 재능이 없다는 걸 알았지만 너무 가수가 되고 싶었다.

열심히 노래 연습을 하고 수없이 많이 듣고 라이브 공연도 많이 보러 다녔었다.

없는 실력에 꽤 오랜 시간 가수란 꿈에 매달려 있었다.

더 이상 노래를 못하게 되었을 때,

후련했던 그 감정.


꿈을 놓아버린 계기가 된 총 두 번의 일이 있었다.

한 번은 데뷔를 준비하던 팀이 해체를 했고,

두 번째는 턱관절의 이상으로 노래를 하는 직업을 가질 수 없다는 담당의사의 말을 들었다.

되고 싶은 갈망과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해지는 재능 없음에 나는 나 자신과 꽤 오랜 시간 싸우고 있었던 것 같다.

더 이상 노래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니.

그동안 열심히 해왔던 시간들이 아깝기보다는 다행스러웠다.

후회 없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가수 되기를 포기하고 나니 가장 좋은 점.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로 명곡들을 들을 때 공부하듯이 파악해가며 듣는 것이 아니고, 그저 느끼며 들을 수 있어서 참 좋다. 행복하다.

예전엔 알 수없었던 음악 전체로 느끼는 이 감정.

참 고맙다.

많은 가수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지금의 나는 그저 음악을 즐긴다.

오늘 밤 잠이 오지 않는 건 감성에 젖어서 일까, 오후에 마신 바닐라 콜드 때문일까.

아마도 그분의 목소리 때문이겠지.



책임지세요. 폴 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