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초록 만나기

오랜시간 즐기고 싶다

by 김성은


나는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의 초록들이 만연할 때를 좋아한다.

그 시기가 나는 너무나 좋다.

어디서건 눈 돌리면 초록이 보이는 시점인 것이다.

물론 알록달록 꽃 필 때도 예쁘지만 곧 떨어지니 내 마음에 안정감은 들지 않는 듯하다.

그에 비해 초록은 가을이 오기 전까지, 옷을 갈아입지 않고 초록 한 벌로 꽤 오랜 시간 버티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초록들로 가득 채우고 싶어 시간이 날 때마다 만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 초록들을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만날 때 나는 만족감을 느낄까?



첫 번째, 우리 집


우리 집은 아파트 2층이라 단지 내 조경으로 심어 놓은 나무가 아주 눈이 잘 띈다.

운 좋으면 참새들이 재잘재잘 대화하거나 노래하는 것까지 들을 수 있다.

간혹 제주도를 상상하며 침대 위에서 게으름을 피우기도 한다.

창문을 살짝 열어 새소리를 들으며 침대에서 바라보는 초록들이란.

잠깐 10분만 그렇게 바라보더라도 풍성해지는 만족감을 느낀다.


주말 아침에 눈만 뜬 상태로 몸을 창가 쪽으로 돌린 후 침대에 누워 멍하니 바라보는 초록들.

머릿속 잡념이라고는 없어지는 시간이 재생되는 것이다.

라디오 주파수를 얼른 91.5로 맞추고 볼륨은 낮춘다.

진정한 오감만족의 시간인 것이다.

아침에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새소리와 함께 들리는 음악의 선율을 조용히 따라 흥얼흥얼.

초록을 보며 온기가 감도는 이불을 느끼며 천천히 잠에서 깨어 난다.


두 번째, 캠핑


캠핑 가서 만나는 초록은 황홀할 지경이다.

내 시야에 들어오는 많은 초록들로 인해 부자가 되어버린 듯 마음도 정신 상태도 모든 것이

여유롭다.

내 눈에 보이는 저 산이 내 것이고 여유가 흐르는 시간 속에 유유자적 맥주 한 캔과 읽고 싶었던 책을 펼친다.

책을 보다 초록 덩어리 산을 보다 행복을 만끽하는 순간인 것이다.

캠핑 가면 눈도 마음도 머릿속도 정화가 되는 느낌이다.

초록에 둘러싸인 곳에서 마음껏 공기를 음미하고 눈에 더 오래 담아두려 의자에 기대어 오랜 시간을 초록산을 바라본다.

해먹에 누워 하늘과 어우러진 초록 초록한 산을 바라보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적당한 온도의 바람이 불어와 행복한 느낌의 기분을 만끽하는데 보태어 준다.

거기에 좋아하는 가수의 곡을 더하는 건 필수.


세 번째, 드라이브


드라이브하면서 만나는 초록은 또 다르다.

최근에 초록을 더 잘 느끼고 싶어서 차를 바꿨다.

무려 뚜껑이 열리는 차다.

20대부터 동경해오던 그 차를 결혼하고 아이가 4살이 되고서야 현실로 가져올 수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열고 운전하는 내 덕에 매일 열 일하는 우리 까순이.


나는 중소도시 살고 있는 관계로 10분만 달리면 초록초록 나무들을 흠뻑 느끼며 바다를 배경으로 드라이브를 할 수 있다.

캠핑은 유유자적 내가 가진듯한 느낌을 받는다면 드라이브하며 만나는 초록은 찬란하지만 금세 내 곁을 스쳐 지나가버린다.

운 좋은 날엔 피톤치드를 완벽하게 맡으며 온몸에 샤워하듯 흠뻑 묻히며 드라이브를 한다.

그때의 시원함이란.

온몸이 상쾌하고 내 모든 세포가 더욱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나는 많은 초록들을 곁에 두며 매 순간순간 느끼며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온차가 많이 생기는 가을이 오면 알록달록 옷을 갈아입겠지만,

충분하게 즐긴 초록일 때 가을 단풍도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듯하다.


올해는 초록을 아주 잘 즐겼으니,


강원도로 단풍구경을 가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