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그곳은 어디인가요?
우리 모두에게는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 방앗간이 있다.
자유시간이 생기면 절로 방앗간 생각이 나거나 딴 일 때문에 방문한 그곳에서 방앗간을 우연히 마주하게 되면,
"앗싸, 이게 웬일이야"
하며 갑자기 온몸에 엔도르핀이 돌아 버린다.
가끔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일부러 방앗간에 가는 생각을 하고 마음에 드는걸 마음껏 소비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곳이 나를 불렀는지 내가 염원해서 그곳 앞에 가게 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내 앞에 떡 하고 마주치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건 물론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굳이 길도 모르고 언어도 안 통하는 곳까지 가서도 방앗간 구경은 필수로 해야만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의무적이라 할 만큼.
해외에서는 우연보다 필연으로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믿어버린다.
정말 운 좋게 방앗간을 만나버리면 예상치 못하게 서너 시간쯤 게 눈 감추듯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그 시각 그 장소 공기마저 멈춰버린 듯 나의 즐거움에 도취되어서 뒤의 일정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만다.
오직 현재에만 집중하며 즐거운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나의 경우엔 서점이 방앗간 대상 중에 한 곳이다. 물론 서점에 갔는데 문구코너도 있다면?
문구코너는 부록처럼 나의 서성임에 추가되어 버린다.
일석이조로 기쁨을 맛보며 시간을 보낸다. 내 돈이 지출되어도 아깝다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요즘은 예전에 비해 서점으로 직접 출동하는 일이 잘 없다.
동네 서점이 많이 없어지기도 했고 손 안에서 간편하게 쇼핑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는 덕을 보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간편하게 서점 앱으로 그때그때 필요한 책, 읽고 싶은 책을 주문해서 택배로 받아보지만,
간혹 외출했다가 서점 근처로 가게 되는 날엔 기대심리가 올라오고 만다.
괜히 기분이 더 붕붕 뜨고 외출이 설레어진다.
그러다 혼자 자유의 시간이 약간이라도 생기게 되면 여지없이 방앗간으로 향하고 만다.
어떤 책을 먼저 염탐해 볼까.
내가 읽고 싶었던 책들이 모두 나를 반기며 먼저 집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여러 남자가 나에게 구애를 하면 이런 느낌일까?
오늘도 그랬다. 긴 장마가 끝나고 오랜만에 하늘색이 무척이나 예쁜 일요일.
구름과 하늘이 교묘하게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오후 3시에.
오래간만에 아이와 남편과 시내에 나와서 어슬렁어슬렁 구경하며 길을 지나치고 있었다.
조금 나른하며 잠시 쉬고 싶은 그 타이밍에 서점 앞을 지나치게 되었다.
갑자기 두 다리에 힘이 생기는 걸 느끼며 더위를 피해 서점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그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좋고 수많은 책에 둘러 쌓인 느낌도 좋고 마치 다 내 책 인양 배불러오는 감정을 느끼고 있자니 너무 행복했다.
퍼질러 앉아서 몇 시간이고 책에 빠져버리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떼어냈는데,
눈 돌리면 읽고 싶었던 작가의 책이 나를 불렀다.
그래 이거다! 하고 잽싸게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겟하는 순간,
섭섭해하는 다른 책들이 눈에 밟히고야 만다.
결국 다 훑어보고는 내 마음에 드는 한 권을 계산하는데, 머릿속엔
'옆에 빵집으로 가서 빵과 밀크셰이크를 시켜먹으며 읽으면 진짜 좋겠다.'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아차차, 남편과 딸이 기다리고 있지.
책 한 권만 사서 곧장 그들에게로 가야 한다.
오늘 산 책은 모두가 잠든 밤에 은밀하게 자유시간을 즐기며 읽을 거다.
맥주 한 캔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