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두 가지만 있으면 나는 행복감을 느끼기 쉽다.(내가 행복감을 느끼기 쉬운 두 가지다.)
뭐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꼽아보라면.
한낮의 어딘가에서
새소리나 파도소리가 들리면 황홀하겠지
나는 청각에 예민한 예술가라고 단정 짓고 싶다.
책을 먼저 펼치겠지.
너무 급하면 맥주를 먼저 딸 수도.
무엇이 먼저 시작인지 모르고
무엇이 먼저 끝날지도 모른다.
그건 그 시간만의 나만이 알 수 있다.
요즘은 병맥주를 선호하고 있다.
어느 가게에서 주문하는 건 무조건 병맥이겠거니와
마트에 가서 쇼핑할 때마저도 병맥을 바구니에 조심스레 담아본다.
그 무게를 이길 수 있을 만큼 담아 보는데
팔 힘이 센 남편이 제일로 든든하게 느껴지고 이뻐지는 순간이다.
바구니에 맥주를 담듯이
장바구니에 책을 담아 놓는다.
나는 짬짬이 쉬는 시간이 나면 책을 쇼핑한다.
뭐 기준은 없고, 내가 읽고 싶은 걸로.
특별히 내 취향을 존중해 준다.
무얼 읽던 읽는 건 내 마음이다.
맥주를 고르는 기준?
아. 맥주는 유쾌하고 무섭지 않은 걸로 고르는 편이다.
꿀떡꿀떡 마시며 활자에 집중을 해야 한다.
너무 맥주에 빠져서도 읽는 것에만 치우쳐서도 안된다.
둘 다 적당한 선으로 치고 빠진다.
다행히도 나는 주말의 집에서도 행복의 순간을 자주 맛본다.
우리 집 어디에나 책이 있고 언제나 맥주가 있다.
어? 없잖아?
그럼 내편이 된 그이가 얼른 편의점에 다녀온다.
나 너무 행복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