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휴직 결심을 공표하다.
2020년 겨울 즈음 와이프와 2022년에 누가 휴직할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2022년엔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데 아이의 초등학교 생활 적응을 위해 둘 중 한 명은 육아 휴직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부부교사인 와이프와 저는 각각 육아 휴직 3년을 쓸 수 있었는데 둘 다 똑같이 1년만 유급이고 나머지 2년은 무급이었습니다. 와이프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이미 2년 6개월을 육아 휴직을 사용하였기에 무급 6개월의 육아휴직이 남아 있었고 저는 육아 휴직을 한 번도 하지 않았기에 유급 육아 휴직이 남아 있었습니다. 엄마가 꼭 필요한가? 아빠가 육아 휴직하면 안 되나? 나는 육아 휴직을 해도 괜찮은가? 등등 갖가지 고민을 하였습니다. 결국 경제적인 이유를 고려하여 아빠가 육아 휴직을 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은 2021년 3월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때부터 우리 집 재무장관인 와이프의 생활비 계산에 근거해 육아휴직 대비 저축을 시작하였습니다. 유급 육아 휴직이라고 하나 실제 수령액은 100만 원도 안되니 육아휴직을 하면 생활비가 부족할 것은 뻔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육아 휴직을 결정한 뒤 저축을 시작했고 더불어 주변 사람들에게 공표하기 시작했습니다.
“육아 휴직을 한다고? 오메..”
육아 휴직을 하겠다고 결심한 2021년 나의 부모님께 내 육아 휴직 계획을 처음 말씀드렸을 때 반응입니다.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막상 걱정스러운 반응을 보니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다행스레 부모님은 더 이상 말씀을 꺼내진 않으셨기에 나중에 아빠(사실 아직도 저는 부모님을 아빠, 엄마라 부릅니다.ㅎㅎ)랑 단 둘이 시장을 보러 갈 때 말씀을 드렸습니다.
“준형이가 1학년이라 육아 휴직을 해야 하는 데 준형이 엄마는 무급 6개월밖에 안 남았고, 나는 유급 1년 남았으니까 내가 해야 준형이도 돌보고 하지.”
이후 나의 부모님은 아들의 육아 휴직을 받아들이시는 듯했으나 경찰공무원이셨던 아빠는 여전히 남자는 육아 휴직을 하면 직장에서 어려움이 생긴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듯했습니다. 심지어 와이프한테 전화 걸 때 이런 말도 하셨습니다.
“ (놀리는 듯한 말투로) 느그 신랑은 백수 아니냐~”
옆에서 전화 통화를 들은 나는 어이가 없었으나 지나고 난 뒤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면 아마 걱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직장에서의 반응은 여러 가지였습니다. 한 명의 남교사도 아쉬운 교감선생님은 아쉬워하셨고 선생님들은 부러워하기도 하였고 답답할 것이라 말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육아 휴직한다고? 우와 부럽다..”
“육아 휴직하면 답답해서 학교 나오고 싶어 할 걸?ㅎㅎ”
“애기 잘 키우고 와요~ 그럴 리 없겠지만 학교가 궁금하면 차 한자 마시러 학교 오고~”
여교사가 90% 이상인 학교에 육아 휴직은 흔한 일이다 보니 육아 휴직을 경험한 선생님들은 흔했고 복잡한 학교 생활을 잠시나마 벗어나는 나를 부러워하며 잘 다녀오라며 인사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한 번도 휴직해 본 적이 없는 나는 육아를 위해 휴직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고, 3월부터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겨울방학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들을 위해 육아 휴직을 시작하였습니다. 육아 휴직을 한지 벌써 8개월째이지만 지금도 초보를 벗어나진 못하였고 아쉽게 지나버린 일들이 많지만 만약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를 둔 다른 아빠들이 육아 휴직을 하게 된다면 일러두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육아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에는 아빠 육아 휴직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험해보는 것과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많이 다르기 때문이죠. 이러한 생각에 아빠 육아 휴직이 당연히 누려야 할 필수 휴직이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육아 휴직을 결정한 아빠들의 위대한 결정을 응원합니다.
Photo by Alex Bodini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