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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Jan 19. 2023

이제라도 아버지는 기억하겠다

나는 너와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음을.

준형아, 내 말 들리니? 나는 네가 잠들어 있는 동안 이야기하고 있다. 네 조그만 양손은 가지런히 모여 발그레한 왼뺨 밑에 있고 갈색빛이 도는 검은 머리카락은 이마에 촉촉하게 흐트러져 있구나. 나는 네가 잠들어 있는 침대 머리맡에 몰래 앉아있다. 몇 분 전 네가 잠이 들고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 후회의 거센 물결이 나를 덮쳤다. 나는 속상함과 미안함을 느끼며 잠든 너를 찾아왔다.

그 속상함과 미안함은 너에게 한 몇 가지 일 때문이었다. 준형아, 나는 너를 너무 까다롭게 대해 왔다. 식사 시간 또는 간식 시간에 네가 흘리면서 먹는다고 잔소리를 했고, 자기 전 샤워하기 싫어한다고 비난했으며, 공부를 하기 싫어한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샤워할 때도 나는 네 결점을 들춰냈다. 너무 오랫동안 물을 틀어 논다거나, 비누칠을 잘하지 않고 대충 씻는다는 등. 그러나 너는 잠자기 전 항상 사랑이 가득찬 목소리로 이야기했지.


“아빠 잘 자. 사랑해!”


준형아, 기억하고 있니? 아빠가 너를 혼냈을 때 너는 괴로운 눈빛을 띠고 토라진 얼굴로 쿵쿵거리며 거실을 돌아다녔잖니? 네가 쿵쿵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에 짜증을 내면서 책에서 눈을 뗀 나는 너를 날카롭게 바라보며 “왜 그러는 거야!”하고 사납게 말했지. 그러면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으로 서럽게 울다가 다가와 나에게 안아달라고 했지. 그리고 잘못을 지적하는 나의 품 안에서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어. 그때 너의 조그만 팔은 아빠를 향한 애정을 놓칠세라 나를 꼭 껴안았다. 그것은 그 어떤 차가움에도 시들 수 없는 애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고서 너는 다시 기운을 차려 장난감을 찾으러 갔지.

내 눈길이 책에서 떨어지고 말할 수 없는 공포가 나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그 직후의 일이었다. 내가 왜 이런 나쁜 버릇을 갖게 되었을까? 잘못을 찾아내 크게 꾸짖는 버릇을. 그것은 너를 착하고 건강한 아이로 만들려다 생긴 버릇이겠지. 너를 사랑하지 않아 그런 것이 아니라 어린 너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기대한 데서 생긴 잘못이다. 미안하다. 나는 어른의 시선으로 너를 대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너는 착하고, 따뜻하고, 진실한 성격을 갖고 있다. 너의 마음은 넓은 바다 위를 비추는 태양처럼 한없이 넓다. 그것은 상대방을 생각하고 잠자기 전 인사하던 네 행동에 잘 나타나 있지. 오늘 밤엔 다른 것이 필요 없다. 준형아, 나는 너의 머리맡에 앉아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이것은 작은 사죄에 불과하다. 네가 깨어 있을 때 이야기해도 너는 이런 일을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일부터라도 나는 참된 아버지가 되겠다. 나는 너와 함께 행복하게 지내고, 네가 고통을 당할 때 같이 괴로워하고, 네가 웃을 때 나도 같이 웃겠다. 너를 꾸짖는 말이 튀어나오려고 하면 잠시 멈추고 심호흡을 하겠다. 그리고 계속해서 의식적으로 같은 말을 생각해야지.

 

‘우리 아이는 어린아이다’


지금도 네가 침대에서 곤히 자는 것을 보니 아직 너는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알겠다. 나는 그동안 네가 어른처럼 행동하길 기대해 온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어제 아침에도 너는 일어나서 눈을 비비며 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한동안 품에 안겨 있었지. 그런 너에게 내가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해 왔구나. 너무나도 많은 것을.


이제라도 아버지는 기억하겠다. 나는 너와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음을.

 



이 글은 『카네기 인간관계론』에 수록되어 있는 W. 리빙스턴 라니드의 <아버지는 잊어버린다>를 모방한 글입니다.



Reference


데일카네기(2008), 카네기 인간관계론, (주)씨앗을 뿌리는 사람, pp49-51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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