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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Jul 07. 2024

뒷좌석 북해도 여행 III-셋째 날

 셋째 날 아침을 간단히 하고 시코츠 호수 (支笏湖)로 향하였다. 이 호수는 4만 년여 전의 화산작용으로 형성된 칼데라 호수라고 하는데  수심이 200-300m로 상당히 깊어  겨울에도 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푸르고  맑은 물로 일본에서도 가장 깨끗한 호수중 하나로 손꼽힌다.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과 일본 시코츠 호수는 모두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호수지만, 형성과정에는 차이가 있는데 백록담은 화산의 분화구에 비와 눈이 녹아 형성된 화구호(crater lake)라고 하며, 시코츠 호수는 거대한 폭발적인 화산 분화로 인해 마그마 방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지표가 주저앉아 형성된 칼데라 지형에 물이 고여 생긴 호수라는 차이가 있다. 화구호에 비해 수심이 더 깊다고 하는데 시코츠 호수는 그런 특성을 지니고 있다.


시코츠호수 주변으로 산 봉우리들이 둘러 싸 있었는데 우측 사진에서 처럼 성산 일출봉같이생긴 봉우리도 보였다.

 호숫가를 따라 진입한 관광지에는 잘 정리된 숙소들과 식당 카페, 관람선 선착장들이 펼쳐져 있었고 마침 주말을 맞아 작은 음악회가 열려 사람들의 흥을 돋우고 있었다. 나중에 주차장 우측이 더 넓은 공원의 공간이 있었는데 지형에 익숙하지도 않았고 표지판도 보지 않았던 우린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좌측 호숫가 길을 따라 걸어갔는데 우리 눈길을 끄는 빨간색 철교가 눈에 띄었다. 야마센 철교(山線鉄橋)였다.


야마센 철교의 모습

 야마센 철교과거의 치토세 선(千歳線) 열차가 지나던 철교라고 한다. 이 노선은 과거 삿포로와 기타히로시마, 토세를 연결하는 중요한 철도 노선이었지만, 우리나라에 과거 철로들이 폐선되며 공원화되고 있는 것처럼 지금은 폐선된 구간이다. 1920년대에 만들어진  강철 트러스(Truss) 구조로 만들어졌는데 지금이야 이런 다리를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당시 이 구조물은 첨단 시설이었으리라. 당시 산악 지형을 누비며  경적을 울리며 그침 없이 달렸을 기차 대신  이제는 관광객들만 즐거이 사진 촬영을 하며 노닐고 있었다.


 철교 아래로 흐른 강의 물은 맑고 투명하고 초록과 푸른 다양한 색이 어우러져 청량감을 더해 주었는데 그 강위로 작은 보트나  패들보드를 타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한 중년 남성은 연신 물속에 빠지면서도 몇 시간씩 도전하고 있었는데 그분의 노력에 찬사를 보냈다.


 호숫가에는 사람들이 낚시도 하고 어린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온 가족들이 무언가를 심히 잡는 모습과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고 더러 물놀이 활동을 하는 서구인들도 보였다.


 이곳에서 잡은 물고기로 생선 구이를 파는 집에서 라면도 팔아 점심식사를 하러 들렀는데 라면을 시킨 우리는 호기심으로 생선구이도 중간 사이즈로 한 마리를 시켜보았다. 생선의 비늘을 벗겨보니 연분홍 속살이 나타났는데 과거 송어 구이를 먹었을 때와 비슷해 보였지만 알고 보니 이곳에 서식하는 유명한 홍연어였다. 고소한 맛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입안에 맴돌고 있다.


 세월은 강과 같이 흘러가니 그대로 두면 물길 속에 사라져 가는데 우리는 어디서 무엇을 잡고 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호수에서 잡힌 홍연어 생선 구이를 팔고 있었는데 비늘을 발라내니 연분홍 속살이 드러났다. 그 맛은 은은하게 고소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 라멘을 먹을 때 김치가 있으면 참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식사 후 미즈노 우타에 있는 디저트 카페  파티셰 랩에서 음직한 아몬드와 캐러멜맛이 연하게 풍기는 슈크림이 가득 들어 고 겉은 바삭바삭한 슈와 작은 케이크 한 조각과 커피를 마시며 휴식의 시간을 보내니 일본의 여정이 끝나가고 있었다.



다음날 공항에 8시 20에는 도착해야 해서 숙소 인근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적절한 버스 출발 시간을 찾아보니 6시 45분 출발이 있었다. 이 버스를 놓치면 한 시간 후에나 다음  버스가 있어 일이 복잡해지니 나는 40분 전쯤 숙소에서 나가자고 했는데 정류장까지 5분 정도 거리 밖에 안되는데 왜 이리 일찍 나가냐는 다소의 저항이 있었지만 이 사안에 있어서 만큼은 뒷좌석에 있을 수 없었다. 다시 운전대를 잡은 내가 다소 강하게 주장했고 이내 내 말에 따라 주었는데 그렇지 않았으면 다소 낭패를 볼 뻔하였다.


 정류소에 첫 손님으로 도착한 우리에 이어 10분도 채 안되어 여행가방들을 끌고 오는 한 무리 사람들이 보였다. 단체 관광 객인가 싶었는데 그중 내 나이대 돼 보이는 분이 영어로 인사를 해와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해나갔는데 필리핀 남부 지방에서 온 일가족이었다. 이분들은 약간 서양계와 섞인 듯하였다. 15명 정도 되는 대 가족인데 일 년에 한 번 꼴은 외국여행을 같이 한다는 것이었다.


 버스가 도착해서 짧은 인사를 나누고 승차하였는데 비용은 하차 시에 받는다고 운전기사분이 말해주었다. 시내를 한 바퀴 돌고 공항으로 향하였다. 공항에 도착해서 맨 앞에 앉았던 우리는 미리 준비한 현금을 지불하고 신속히 내렸으나 현금만 받아서 그런지 맨 뒤에 있던 우리 짐이 나올 때 까지도 스 승객들은 버스 안에서 길게 서서 요금정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일정을 서둘러 진행했던 우리는 여유를 갖고 움직였으나 여전히 버스 안에 길게 줄 서 있는 분들이 눈에 밟혔다.


 대부분 카드로 결제가 되고 승차 시 이미 정산해서 신속히 내리는 우리나라와  크게 대조가 되는 모습이었다. 아침식사를 하지 못했던 우린 공항에서 카레를 주로 하는 집에서 식사를 하였는데 느끼하지 않고 입 맛에 맞아 다들 좋아했다.

 

 일본 여행이 끝날 시점, 아쉬운 것은 귀엽고 작은 새인 흰머 오목눈이를 보지 못했다는 것인데, 둘째 날 들렸던 커피 전문점 주인장에 따르면 겨울에 오목눈이가 흰색으로 털을 갈아입는다고 하였다. 한 겨울 함박눈이 쏟아져 내리는 계절 다시 한번 들렸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일본을 떠났다. 아듀 북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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