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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Oct 26. 2024

북쪽으로 가는 길, 노르웨이-II

로포텐 제도, 레이네 마을에 도착하다.

  우리의 노르웨이 일정의 대부분은 로포텐 제도(Lofoten Islands)의 레이네 마을에서 묵으며 주변을 날씨 여건에 따라 돌아보기로 미리 정하였다. 레이네 마을은  노르웨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선정되기도 한 곳인데 대표적인 북유럽 국가인  나라 중에서도 북쪽에 위치한 곳이다.


 로포텐 제도는 노르웨이 북부에 위치한 군도로, 북극권 안에 속해 있으면서 독특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며 북대서양 해류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온화한 기후를 나타낸다. 그 위치에 비해 한겨울에도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우리가 방문한 10월 초에 이미 산 정상은 눈으로 덮였다 녹았다 했고 아침 기온은 2-3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곳에 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린 오슬로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보되(Bodø)까지 가서 거기서 다시 한번 비행기를 갈아타고 레크네스(Leknes)로 가, 렌터카로 레이네 마을로 향하는 것을 택하였다. 한국에서 오는 것으로 치면 네 번의 비행기 편으로 와야 올 수 있는 곳인 셈이었다.


 보되에 가까이 갈수록 지형이 바뀌어 가고 눈 덮인 산맥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보되는 작은 공항으로, 레크네스로 타고 갈 프로펠러 비행기까지는 게이트에서 시외버스 타듯이 걸어서 갔다. 공항 주변에는 수려한 경관이 아무렇지 않게 펼쳐 있었다.


비행기로 보낼 우리 짐, 이중 하나는 먹을 식재료로 가득채웠다.
보되에 착륙하기 전 비행기에서 본 주변 풍광



보되에서 레크네스로 가는 비행기는 프로펠러 비행기에 좌석 지정도 없어 버스 타는 기분이었다.
보되 공항에서 비행기 타러 가는 길에 보이는 주변 풍경
레크네스 공항에 도착하였다.
아내의 실버 머릿결과 주변 눈 덮인 산들이 잘 어울린다.
레크네스에서 레이네 마을로 가는 길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레크네스에 내려 로포텐제도의 여정에 오를 무렵은 서서히 날이 저물어 가려고 할 때였다. 보되처럼 레크네스 공항은 작은 공항인 데다 주변의 경관 역시 뾰족한 산들이 저 멀리 둘러싸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로포텐 제도는 여러 섬들과 복잡한 해안선으로 인하여 다리와 터널이 유난히 많은데 자연경관을 치지 않게 묘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화강암과 편마암으로 이루어진 거친 산야는 빙하기 동안 빙하가 밀려 가면서 형성된 피요르드 지형으로 가파른 절벽과 복잡한 해안선으로 수려하게 펼쳐져 이곳에 머무는 내내 어디를 돌아보아도 수려한 경관에 경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첫날 레크네스에서 레이네 마을로 가는 길은 서서히 날이 저물어가 머물 숙소에 도착할 때에는 밤이 다 되어 있었다. 우린 짐을 풀자마자 오로라를 보러 다시 차를 타고 가야 했는데 오로라 예측 앱이 오로라 지수가 꽤 높고 구름도 적당이 있어 오로라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려 주었기 때문이었다.  S형제부부는 베테랑 답게 이곳에 머무는 동안 앱을 이용하며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내곤 하였다.


 오로라를 찍는 일은 다소 흥분되는 일인지라 여러 자료들을 뒤져 열심히 오로라 촬영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촬영모드는 수동으로 하고, ISO는 어떻고, 셔터 속도와 조리개 개방은....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 놓고 삼각대 까지도 준비했건만 차디 찬 밤바람에 바닷가 들판에서 드디어 나타난 오로라를 보았을 때 셔터를 연이어 눌러댔지만   셔터는 요지부동이었다. 옆을 보니 S형제는 노르웨이 사람이 다돼서 스마트폰으로 오로라를 척척 찍고 오로라를 배경으로 인물사진도 찍는 중이었다.

 

 내가 이렇게 버벅 거리고 있던 중에 중학교 1학년 J가 내 뒤를 스치듯 지나가며 툭 던지 듯 말했다. "사진만 찍으려 하지 말고 눈으로 오로라를 보세요. 잘 찍은 사진은 인터넷에 많아요. 눈으로 담아가세요." 중1의 이 말에 나의 뒤통수는 얼얼해졌다.


 그 말에 밤하늘을 바라보니, 초록색 오로라가 넓은 붓으로 하늘을 캔버스 삼아 초벌칠 한 듯 그려져가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밤하늘을 배경으로 형광빛 도는 초록물감으로 순식간에 그려 내려 가시는 듯했다. 어떤 사람이 하늘에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겠는가! 그것도 춤추듯 흐느적거리는 듯 너울대는 움직이는 그림을 말이다. 그날 밤 나는 그림 그리시는 하나님을 본 것이다. 나는 그분의 섬세한 붓터치를 실시간으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비싼 사진기로는 내가 버벅 대는 바람에 한 장도 촬영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마트폰은 내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밝은 오로라를 잡아내었다.

우린 흥분되는 마음을 채 가라앉히지도 못한 채 숙소로 돌아와 꿈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다음 날부터 아침 일찍 본격적인 여정을 이어가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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