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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 Apr 17. 2023

Spring Break

봄방학 - 모로베이로의 여행

여름에 이곳 샌디에이고로 이사를 왔는데, 어느덧 가을과 겨울을 지나 봄의 끝자락을 맞이했다.

절대 비가 오지 않을 것 같은 극심한 가뭄지역인 이곳 캘리포니아에 겨우내 그렇게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일 년 내내 온화하고 따뜻한 줄로만 알았던 샌디에이고가 겨울엔 히터에 전기장판을 켜고도 너무 추워 패딩을 입고 히트텍까지 챙겨 입어야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봄, 가을이면 엄청난 꽃가루로 인해 콧물이 마를새 없는 알레르기가 극심해지지만, 알록달록 예쁘게 피어난 정원의 꽃들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행복을 만끽했다.

사계절 내내 한여름인 괌에서의 20년 생활을 청산하고 맞이한 이곳에서의 첫 해는 모든 것이 새롭고 드라마틱했다.

창문이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내리던 얼음덩어리 우박을 보기도 했고, 당장 공포영화를 찍어도 될 만큼 음산한 안개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낀 날도 있었다.

그렇게 봄은 왔고, 주말까지 포함해 열흘간의 긴 봄방학이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이 기간에 가족여행을 간다.

우리도 지난겨울부터 내 건강문제로 미뤄왔던 모로베이로의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모처럼 화창한 날씨.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출발했다. 우리의 목적지인 모로베이까지의 거리는 다섯 시간.

일단 솔뱅에 들러 우리가 좋아하는 브레키스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2시면 문을 닫는 브런치 레스토랑이라 혹시라도 모를 트래픽을 생각해 최대한 일찍 출발했다.

쭉 뻗은 고속도로를 신나게 4시간을 달렸다.

온몸이 찌뿌둥 해지고 허리가 아파질 무렵 드디어 솔뱅 도착.


시푸드 오믈렛과 커피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근처를 산책했다.


작은 동네 서점 같은 안데르센 박물관도 구경하고, 기념품 샵에서 간단한 쇼핑도 했다.

동네 맛집인 듯 긴 줄이 이어진 빵집에서 먹음직스러운 빵도 구입해서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모로베이로 출발했다.


4년 만에 다시 찾은 모로베이.

여전히 평화롭고 고요한 바닷가 마을이 반가이 맞아준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차를 세워둔 채 바닷가로 걸어 나왔다.

겨울에 오면 바다 위에 잔뜩 떠다니는 해달을 볼 수 있다고 해 지난겨울 여행을 계획했던 건데,

다행히 아직도 해달이 꽤 남아 있었다.

둘씩 짝을 지어 둥실둥실 떠다니는 귀여운 해달들을 보며 저녁을 먹을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이곳으로 여행 온 목적이 사실 이 레스토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가 무척 그리워했던 바닷가 식당.

버터와 허브를 올려 바비큐로 구운 굴

직접 고른 생선으로 바로 튀겨 만들어 주는 피시 앤 칩

구운 스캐럽과 튀긴 생선.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해산물과 곁들일 샤도네이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짭조름한 바다향을 담뿍 담은 굴을 한입 가득 머금고, 향긋한 포도향이 강한 이 동네의 샤도네이를 마신다.

건강을 위한 지난 백일 간의 금주가 지금의 와인 맛을 천상으로 끌어올린다.

고삐가 풀려버린 채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마시련다.

향긋함에 멈출 수 없는 와인을 쉴 새 없이 홀짝인다.



차가운 바닷바람에도 열감이 느껴지고, 마음이 누그러지며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 이유 없이 미소가 지어진다.

어떤 걱정도 없이, 지금 이 순간만이 느껴진다.

행복하다.

눈앞에 펼쳐진 망망대해, 파란 하늘을 날아다니는 바닷새들, 기타를 들고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아저씨의 올드팝을 들으며 맛있는 음식과 향긋한 술을 마신다.





다음 , 우린 근처의 뮤지엄을 둘러보고, 모로락으로 향했다.


 곳에서  때와 달리 가까이에서   로락은 거대했다.

아직 바닷물에 들어가기엔 너무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수영복만 입은 채 물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4년 전 사진을 찍었던 곳에서 똑같은 사진을 찍었다.

그사이 아이들이 이렇게 커버렸다. 어린이에서 어른이가 되어버린 남매.





다음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말리부에 들렀다.

맛집으로 유명한 Neptune's Net에 들러 런치를 먹었다.

일 년 치 시푸드를 2박 3일 동안 다 먹은 기분이다.


음식값보다 주차비가 더 비싼 말리부의 비치 카페에 들러 멋진 뷰를 감상하며 칵테일 한잔 마시며 잠시 쉬어갔다.


이제 곧 12학년이 되는 딸아이가 대학을 가고 나면 아마 이런 가족여행도 쉽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함께할 때 조금이라도 더 많이 여행을 다니고 싶단 생각을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본다.

어느덧 샌디에이고다.


5시간 거리를 달려가며 보았던 그 어떤 뷰보다 이곳 샌디에이고의 바다가 가장 아름답구나... 새삼 느껴진다.

하늘이 빨갛게 물들어 갈 즈음 집으로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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