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에 삽니다.
우리 집은 큰길을 사이에 두고 학교와 마주 보고 있다.
처음 이 집을 발견하고, 아이들이 걸어서 학교에 갈 수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감격했는지.....
한국에서는 걸어서 등교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땅덩어리 넓은 미국에서는 도보로 가능한 거리에 학교가 있고, 그것도 바로 집 앞이 학교라는 사실은 굉장히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아이들이 첫 등교를 하던 날, 애들이 집을 나서자마자 이층 안방으로 올라와 블라인드를 올리고 창가에 목을 쭉 빼고 서서 아이들이 보일 때까지 기다렸다.
3-4분쯤 지나자 길을 건너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개미 군단 같은 아이들의 무리 속에서도 내 자식들은 한눈에 바로 찾을 수가 있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 참 좋다. 저렇게 나란히 등교하는 남매의 뒷모습을 보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차오른다.
가끔 책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쓰다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릴 때가 있는데,
참 신기하게도 골프팀 시합을 떠나기 위해 밴을 기다리며 앉아있는 딸을 발견하곤 한다.
텔레파시라도 통한 걸까? 시계를 보고 스케줄을 확인하고 내다본 것도 아닌데, 그저 창밖을 내다보았을 뿐인데 그곳에 딸이 보이고, 한눈에 딸임을 알아볼 수 있다니... 역시 엄마는 대단하다.
학교에서 클래스가 시작되거나 끝날 때면 벨이 울리곤 하는데, 1층 주방에서 그 소리가 아주 잘 들린다.
한창 자라느라 무섭게 먹어대는 하이 스쿨러들을 위해 하교할 때쯤 되면 주방에 내려가 간식을 준비하는데,
그 벨소리가 들리면 내 손은 더욱 바빠진다.
이제 십 분 정도 지나면 문을 두드리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릴 테니, 빨리 준비를 마쳐야 한다.
학교 건너편에 사는 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풋볼 경기가 있거나 학교에서 큰 행사가 있는 날은 그 시끄러운 함성이 집까지 들른다.
서늘해진 요즘은 괜찮지만, 무더웠던 여름엔 창문이라도 열어놓으면 그 시끄러운 소리에 조용한 내 시간을 방해받기 십상이다.
가끔 딸은 점심시간에 집에 와서 밥을 먹기도 한다.
도시락을 꼭 챙겨가고, 혹은 학교에서 주는 피자 런치를 좋아하는 아들과는 달리,
딸은 주로 간식거리들을 가져가 런치 시간에 간단히 먹곤 하는데,
어떤 날은 체육 시간을 마치고 미치도록 허기가 밀려오는 날이 있다고 한다.
그런 날은 내게 문자를 보낸다.
'엄마, 나 집에 가서 런치 먹을래!'
나는 문자를 받으면 런치벨이 울릴 시간에 맞춰 부지런히 밥상을 차린다. 달콤한 디저트와 과일도 잊지 않고 챙긴다. 학교에서 먹는 식은 도시락이 아닌, 따뜻한 밥상을 받은 딸은 마치 레스토랑에 와서 먹고 가는 기분이라며 좋아하곤 한다.
깜빡하고 무언가 놓고 갔을 때도 금방 가져다줄 수 있는데,
어떤 날은 아들, 딸이 교대로 전화를 해대기도 해서, 학교를 서너 차례 다녀오기도 한다.
그래 봐야 차로 왕복 5분 거리도 될까 말까 하니 잘 좀 챙기라고 잔소리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오히려 답답한 집안에만 있다, 그 핑계로 나간 김에 쇼핑도 하고 커피도 한잔 사 마시며 들어오니 왠지 리프레쉬되는 기분이 든다.
때르릉- 하교 벨이 울린다.
창밖을 내다보니 싱그럽게 빛나는 아이들이 우르르 밀려 나온다.
이제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러 주방으로 내려가야겠다.